아저씨 (2disc)
이정범 감독, 원빈 김새론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감독 - 이정범

  출연 - 원빈, 김새론, 김태훈, 김희원




  드디어 봤다. 꼭 봐야한다고, 꼭 두 번 보라고 큰올케, 작은 올케, 큰조카, 친구까지 주위 거의 모든 여자들이 강조했던 영화. 액션 장면이 잔인하지만 괜찮다고 오라버니나 동생 그리고 둘째 조카 같은 남자들도 볼만하다고 했던 영화.


  바로 원빈이 주연을 맡은 ‘아저씨’였다.


  영화는 우울하고 참 잔인했다. 사람을 죽이는 장면도 그렇지만, 배경이 되는 세상이 너무도 살벌했다. 괴담으로만 들었던 얘기들이 영화에서는 현실이 되어있었다. 마약, 납치, 살인, 불법 장기 밀매 그리고 생체실험까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는 말처럼, 내가 아직 접해보지 않은 이 세상 어딘가에서 지금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일 것이다. 그걸 생각하니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인간이라는 말이 백번 옳은 것 같다. 남의 목숨과 신체, 심지어 어린 아이들마저 아무렇지 않게 돈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모습이 참 무서웠다. 그 와중에 아주 재미난 구경을 하듯이, 그러니까 지금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장면을 마치 코미디 프로그램 보는 듯한 얼굴로 보는 광경은 토나올 정도였다.


  영화의 기본 토대는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다룬 것이다. 아무 혈연관계도 없는 어린 소녀와 친하게 된 아픈 과거를 가진 한 남자. 그 소녀로 인해 어둠만 존재하던 그의 인생에 한줄기 빛이 드리워졌다. 그리고 위험에 빠진 소녀를 위해 위험한 곳에 뛰어드는 그. 내 기억으로는 영화 ‘맨 온 파이어 Man on Fire, 2004’가 있고, 소설로는 A. J. 퀴넬의 ‘크리시 시리즈’가 있다. 아, 소설이 영화의 원작이었지 참. 그리고 영화 ‘레옹 Leon, 1994’도 이런 유다.


  후반부의 총격장면은 영화 ‘이퀄리브리엄 Equilibrium, 2002’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그 장면보다 훨씬 더 붉었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처절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전반적으로 영화의 편집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그에 대한 경찰 브리핑 장면과 그의 격투 장면이 교차되는 부분이 괜찮았다. 꽤나 인상적이었다. 예전 영화 대부에서 세례식과 암살 총격 사건이 교차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배우들은 개성이 철철 넘치다 못해 흘러내렸다. 주연을 맡은 두 배우, 원빈과 김새론도 괜찮았지만 다른 조연들도 좋았다. 경찰도 그렇고, 마약과 장기매매를 하던 일당도 맡은 역할을 잘 살렸다. 바로 옆에 있으면 패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웠다. 물론 진짜로 내 옆에 있으면 무서워서 도망갔을지도…….


  처음에 어린 소녀가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계속 따라붙을 때, 어쩐지 귀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은데, 누가 옆에서 귀찮게 하면 꼴 보기 싫을 텐데. 짜증도 나고. 상대하기도 싫고. 그런데 그러다가 미운 정이 들었나보다. 소녀가 구해달라는 외침에 모든 것을 버리고 구하러 갔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 아이에게서 잃어버린,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자신의 가족을 대입시켰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렇게 치열하게 싸웠나보다.


  또한 소녀도 아저씨로 인해서 삶의 빛을 찾은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약에 찌든 엄마와 따돌림과 경멸하는 시선만 보내던 주위에서, 오직 그만이 얘기를 들어주고 밥을 같이 먹어줬으니까. 비록 너무도 과묵한 아저씨라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는 어려웠지만 말이다.


  빛이라는 건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주고받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반사광도 빛이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하지만, 빚이 아니고 빛이다.


  영화는 죽을 놈은 죽고 살 사람은 살면서 끝이 난다. 하지만 알고 있다. 저 너머 어디에는 죽을 놈보다 더 독한 것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불행히도 아저씨 같은 사람은 또 없을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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