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 제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 스웨덴판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 감독, 미카엘 뉘크비스트 외 출연 / 버즈픽쳐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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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an Som Hatar Kvinnor,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09

  감독 -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

  출연 - 미카엘 뉘크비스트, 누미 라파스, 스벤-버틸 타웁, 피터 하버




  몇 년 전에 서점이나 극장가에서 심심찮게 제목을 들었던 작품이 하나 있다. 제목이 특이해서 눈길을 준 적이 있다. 그리고 애인님이 보고 와서는 충격적이었다면서 얘기해주었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꽤나 복잡한 길을 걸어온 작품이 보였다. 애인님이 보고 온 영화는 미국판 리메이크였고, 서점에 있는 책이 원작이었고, 그 소설이 처음 출간된 스웨덴에서 만든 영화가 또 따로 있다는 사실이 주르륵 나왔다. 제목도 어디서는 ‘용 문신을 한 소녀’이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기도 했다. '이건 뭐람?'하고 잊고 있었다. 애인님이 스웨덴 버전의 영화를 보자고 말하기 전까지…….


  영화를 보면서 150분에 달하는 상영시간에 놀랐고,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휘몰아침에 놀랐다. 중후반의 그 폭풍 같은 사건사고들의 등장은 진짜, 하아……. 처음에는 어떻게 이것들이 다 연관이 될까 싶었는데, 결국 하나둘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엄청난 완성품을 보여주었다.


  감독이 퍼즐 맞추는 재미를 아는 사람 같다. 처음에 하나둘 맞아갈 때는 언제 이 넓은 면을 다 채우나 지루한데, 어느 정도 눈에 익으면 휙휙 금방 제자리를 찾는다. 영화는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왜 상영시간이 그렇게 길까 했는데, 다 보고 나니 그럴 법했다. 더 짧은 시간에 내용을 담았다면, 분명히 엄청나게 비난을 했을 것이다. 이게 뭐냐고, 내용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고 뚝뚝 끊어진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딴 식으로 편집을 했냐고 말이다.


  물론 영화를 다 본 지금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은 있다. 그들은 왜 살인을 저질렀을까? 왜 그들이 살해당해야했을까? 단지 이름 때문에? 으음, 이해할 수 없다. 물론 미친놈의 속마음이나 뇌구조는 일반인들에게는 이해불가의 영역이기에 내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그룹 일가와 미카엘의 나이 차가 꽤 난다고 나오는데, 외견상으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미카엘이 노안인건지 아니면 그룹 사람들이 동안인 건지 모르겠다. 아니면 나이 들면 다 비슷비슷해지는 걸지도.


  게다가 그런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는데, 근처에 살던 사람들은 과연 하나도 몰랐을까? 설마 알면서도 묵인해줬던 건 아닐까? 이런 의심도 들었다. 희생자가 불쌍했지만, 집안의 명예를 위해서 모른 척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로 집안의 부와 권력을 놓치기 싫었던, 사악한 인간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영화의 줄거리는 음,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두 명의 주요인물이 있다. 한 명은 기자인 미카엘. 비리 기업가를 고발하려다가 역공을 당해서 기자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 그런데 한 그룹 총수가 40년 전 사라진 조카 해리어트를 찾아달라고 의뢰를 한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해커인 리스벳. 그녀는 어릴 적 어떤 사건으로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다. 하지만 해킹 실력은 대단하여, 기자를 도와 사라진 소녀를 찾는 일을 돕기로 한다.


  세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미카엘을 위기 상황으로 몰았던 비리 기업가에 대한 거짓 정보. 또 하나는 리스벳을 괴롭히는 법적 후견인, 마지막 하나는 사라진 해리어트를 찾는 일이다.


  조사를 해가면서, 둘은 대 기업의 숨겨진 비밀에 조금씩 다가간다. 어째서 스웨덴에 나치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나치 당원이었던 가족의 존재와 과거에 있었던 연쇄 살인사건까지 얽히면서, 한 집안의 수치스러운 과거가 낱낱이 밝혀진다. 미끼는 하나인데, 물고기들이 물고 물리면서 한꺼번에 여러 마리를 낚은 격이다. 더불어 위기를 느낀 사람들은 둘을 죽이려고 작당을 하고 말이다.


  영화는 무척이나 건조했다. 몇몇 눈살을 찌푸릴 장면들이 있었는데, 그냥 담담하게 진행할 뿐이었다. 감정이나 눈물을 강요하지도 않았고, 일부러 분노를 유발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담담한 화면을 보면서 분노를 느꼈고, 안타까움에 고개를 저었으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니 저런 미친 XX라면서 욕도 나왔다.


  어떻게 보면 나름 해피엔딩이었다. 리스벳은 조금이나마 과거를 극복했고, 미카엘 역시 명예를 회복했다. 범인은 죗값을 치렀고 말이다.


  하지만 희생자들은 누가 달래줄까? 그 가족들의 40여년에 달하는 잃어버린 시간과 상실감은 누가 치유해줄지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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