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제대로 화내고 싶다 - 철학자들이 알려주는 화의 잠재력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서연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원제 - 怒りの作法

  저자 - 오가와 히토시



  흔히 ‘화를 낸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고함을 치고 언성을 높이는 걸 생각한다. 물건을 집어던지고 부수는 건 선택 사항. 때로는 그것을 ‘성질을 낸다’고도 하고, ‘분노한다’, ‘열받았다’, ‘뚜껑이 열렸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리고 저런 식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고 ‘한 성격한다’나 ‘성질 더럽다’고 말할 때도 있다.


  화를 내는 것이 두려웠다. 고함을 치고 언성을 높이다가 잘못하면 내가 의도치 않은 행동을 하고, 이성을 잃을까 겁이 났다. 그리고 가끔 언성을 높여서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나면, 내가 너무 심했던 걸까내지는 내가 잘한 걸까라고 자책을 하곤 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화를 내지 않으려고, 내 기분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 책은 나 같은 사람에게 화를 내도된다고, 대신 현명하게 화를 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철학자들은 화에 대해서 어떻게 언급했는지, 그들은 어떻게 화를 다루었는지, 저자의 생각과 함께 정리하고 있다.


  제1장. 현대인은 왜 화내지 않는가.


  여기서는 희노애락이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 중에서 왜 노(怒)만 억압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너무 억누르다보면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며, 저자는 폭언과 폭력을 수반한 화가 아닌,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화의 표출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서 화를 낼 줄 모르기에 혼을 낼 줄 모르고, 그 때문에 아이들은 좌절을 경험하지 못하고 자란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그런 아이들이 좌절을 겪으면 이성을 잃는 일이 일어나게 된다고 덧붙인다.


  제2장. 화는 왜 행복을 가져오는가.


  저자는 이 장에서 화를 종류별로 나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화를 제일로 여긴다. 즉, 바르게 화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억제보다는 조절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고,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제3장. 화는 삶의 원동력이자 무기다.


  앞에서 얘기한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의 화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분노를 담은 문장이 어떤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쓰이는지 예를 보여주면서, 적절히 사용한 여러 철학자들의 얘기를 들려준다. 위협적인 것이 아닌, 설득의 도구로 사용하라는 것이다.


  제4장. 당당하게 화내라.


  여기서는 현대인들의 분노를 표출하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고 익명성에 기댈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으라고 말한다. 그것이 당당하게 화를 내는 것이라고 저자는 얘기한다.


  제5장. 제대로 화내는 법을 배워라


  화를 잘 내기 위한 여섯 가지 방법이 제시된다. 의문 발견, 문제제기, 의견제시, 논의진행 그리고 결론 정리이다. 그리고 각 단계에서 고려해야할 점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에 닥친 여러 가지 문제, 예를 들면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문제라든지 청소년 보호 문제에 대해 어떻게 분노를 표출하면 좋은지 저자의 적용법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화가 난다고 무조건적으로 분출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말이다. 왜 자신이 화가 났는지, 그것을 어떻게 상대방에게 확실히 전달하여 내가 원하는 방향의 결과를 얻는지 고려하라는 것이다.


  그렇다. 내가 지금 상대방이 하는 것이 마음에 안든다고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집어던지면, 상대방은 왜 내가 이러는지 알려는 마음보다는 ‘성격 참 드럽네.’라고 생각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 으레 성격이 저 모양이라서 저 난리를 피운다고, 별 거 아니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다보면 미친개라는 별명이 붙는 건 순식간이다.


  ‘참을 인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속담은 그냥 무조건 참으라는 뜻이 아니다. 속으로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서 제대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라는 말이었다. 이성적인 사람이 되라는 조상님의 충고였다. 오늘부터 나도 그 뜻을 따라서, 화난다고 성질부리지 말고 냉정하게…….


  하아, 하지만 요즘은 다들 화내는 법도 모르고, 혼내는 법도 모르고, 혼나는 법도 몰라서 힘들기만 하다. 이건 뭐 어느 분의 말씀처럼 말을 해도 알아듣질 못하니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 차근차근 하나씩 해보자.


  당연한 일에 화내고, 모르는 일에 화내고, 부당한 권력에 화내고, 불합리한 국민성에 화내고, 자기 자신의 모순된 인생에 화낸다. 분노는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살아가는 열정을 가늠하는 척도이자 조건이다. ‘분노는 곧 철학이다.’ -p.65



  121페이지 세 번째 문단 첫째 줄에 ‘표만 달라고 때를 쓰는’이라는 문장이 있다. 때가 아니라, 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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