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원제 - Schneewittchen muss Sterben

  작가 - 넬레 노이하우스



  꽤 유명한 작품이지만 어쩐지 손이 선뜻 가지 않는 책이 있다. 남들이 다 'yes'할 때, 괜히 ‘no'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라 그럴까? 아니, 어쩌면 그건 나만의 비뚤어진 심성의 반영일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이 책은 그런 좀 웃기는 이유로 계속 볼까말까 망설이기만 했던 소설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예상치 못하게 손에 들어왔다.


  책을 편 순간, 느낌이 왔다. 이건 다수가 소수를 폭행하는, 가슴 아프고 동시에 화가 나는 소설일거라고. 그리고 어쩌면 중간에 읽다가 몇 번 덮고 싶을지도 모르는 책이라고. 그리고 노래 가사처럼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엄친아 그 자체였던 토비아스. 모든 여자들의 선망의 대상이며 모든 남학생들의 좋은 친구이자 질투의 대상, 그리고 모든 부모들이 바라던 완벽한 아들이었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해 의사가 되겠다는 그의 꿈은, 여자 친구와 전 여자 친구를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10년형을 선고받는 순간 산산조각이 난다.


  10년 후, 형을 다 마치고 출소한 토비아스는 고향으로 돌아온다. 딸의 살인자를 받아들일 수 없는 피해자의 가족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몇몇 사람들 그리고 죽은 소녀를 쏙 빼닮은 아멜리의 등장은 겉보기에 평온했던 마을 사람들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한편 반장인 보덴슈타인은 가정적으로 엄청난 문제에 부딪히고, 급기야 수사팀마저 삐걱대기 시작하는데…….


  참으로 추악하고 비열하며 더러운 인간들이다. 읽으면서 아주 그냥 욕을 하고 싶었지만, 읽는 장소가 집이 아닌 카페여서 꾹 참았다.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고 자기 자신과 자신이 허용하는 범위 안의 사람을 위해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눈으로 그걸 다시 한 번 확인하려니 속에서 열불이 났다.


  뭐 이딴 놈들이 다 있어! 이런 가증스러운 것들! 쓰레기라고 욕하고 싶지만, 어쩐지 그러면 쓰레기한테 미안한 XX들!


  너무 재미가 있어서 중간에 손에서 놓기 싫었는데, 한편으로는 화가 나서 속을 다스릴 필요가 있었다. 토비아스가 당하는 일도 화가 나는데, 보덴 반장이나 수사팀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성질이 나게 만들었다.


  이 책은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라고 한다. 불행히도 내가 첫 이야기부터 차근차근 본 게 아니라서 앞에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지만, 이번 편에서만 보면 팀원들이나 그들의 가족들도 아주 그냥 나쁜 사람들의 향연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사건을 해결하려는 수사원들의 노력에 감동을 받았다.


  책은 등장인물들의 이중적인 성격을 통해,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본성을 위로 끌어내 보여준다. 그것은 선함일수도 있고, 비열함이거나 추악함 내지는 사악함일 수도 있다. 그런 감정들이 얽히고 비틀리면서 갈등을 빚어내는데, 어쩌면 그리도 노골적인지 모르겠다.


  노골적이면서 은밀하다. 은밀하면서 동시에 욕망엔 솔직하다. 그러나 자신의 욕망엔 솔직하지만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그렇다. 그 무감각함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다.


  겉으로는 평온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는 마을에 그처럼 엄청난 비밀과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해와 평온함은 속마음을 숨기는 가면의 연장선이었다. 타인과의 친밀한 교류 행위는 결국 그런 척을 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 때문에 어쩌면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인간이란 결국, 나 자신을 포함해서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종족이라고 혐오감을 느낄 수도 있다. 선함은 결국 악함에 먹히고 만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추리 소설이 그러하듯이, 이 책 역시 범인은 결국 잡히게 마련이다. 모든 진실은 밝혀지고, 죄가 없는 사람은 그 결백이 입증된다. 그런 사실 하나만으로, 누군가 타인을 돕기 위해 행동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에 대한 믿음은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다.


  그런 믿음으로, 인간의 선함에 기대를 품으면서 사람들은 다시 하루를 살아간다. 비록 뉴스에서 보이는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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