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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 사이 2 ㅣ 밤과 낮 사이 2
빌 프론지니 외 지음, 이지연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3월
평점 :
원제 - Between The Dark And
The Daylight: And 27 More Of The Best Crime And Mystery Stories Of The Year
(2009년)
작가 - 빌 프론지니, 마틴 리먼, 크리스틴 캐스린 러시, 노먼 패트리지, 찰스 아데이, 브렛 배틀스, 로버트 S. 레빈슨, 더그 알린, 존
하비, 데이비드 에드걸리 게이츠, 도미니크 메나르, N. J. 에이어스
이번에도 작가 이름을 다 적었다.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2권 역시 골라 읽는 재미가 있었다. 장르라고 해야 하나, 아니 작품의 배경이 더
넓어졌다고 해야 할까? 미국, 영국 심지어 한국까지 배경으로 나온다.
‘오 양의 정반대’가 바로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주한 미군 수사관이 주인공인데, 심야통금제가 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주한 미군이
한국인 여성을 죽였다는 혐의로 체포되는데, 그 사건을 수사하는 얘기다. 작가가 한국에서 10년이나 복무했다고 한다. 한국과 미국의 다른
사고방식이나 생활 풍습에 대한 설명이 재미났다.
그러다가 ‘결혼 허가를 받아내기란 무척 힘이
든다. 왜 이렇게 고생을 시킬까? 간단하다. 젊고 순진한 미군 병사들을 아시아의 요부들의 사악한 술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최소한 공식적인
근거는 그러하다. 진짜 이유는 그악스러운 인종차별주의다. -p.315.’ 이라는 문구에서는 살짝 눈을 찌푸렸다.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구나. 그 놈의 빌어먹을 인종차별주의. 혀를 찼다.
‘완벽한 신사’와 ‘피부와 뼈’는 어떻게 보면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한쪽은 여자들을, 다른 쪽은 아이들을 보호하는 이른바 거리의
실력자이다. 공권력에 대항해서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건에 휘말린다. 개인적으로 ‘완벽한 신사’의 결말이 더 마음에 든다. 깔끔하고 통쾌하고
약간 위험하면서 멋졌다.
‘약삭빠른 갈색 여우’는 슬럼프에 빠진 작가가 교도소에 강연을 나가면서 시작 된다. 그곳에서 그는 재소자들이 쓴 멋진 단편을 자기 이름으로
발표하게 된다. 그런데 글의 저작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사건은 꼬이기만 한다. 표절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절도도
마찬가지고.
‘돼지 파티’를 읽으면서는 욕이 절로 나왔다. 하여간 자기들이 얼마나 잘났기에 다른 사람들을 비웃고 조롱거리로 삼는 걸까? 말로는 인권보호니
비리 척결을 외치지만, 정작 피해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미디어의 행태에도 분노를 느꼈다. 하긴, 그들이 원하는 것은 높은 시청률과 치솟는
판매 부수겠지. 당사자의 상처 치유가 아니라.
‘장밋빛 인생’은 다 읽고 나서 마음이 아팠다. 에디트 피아프를 꿈꾸던 소녀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망가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꿈이자 희망이며 전부였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던 한 인간의 고뇌와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본다.
‘메리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는 혹시나 하는 의혹이 현실화되었다. 예전에 본 미국 드라마에서 비슷한 설정을 본 기억이 났다. 하지만 드라마와
달리 소설은 명확히 말해주지 않았다. 마을의 평화를 위해서라는 구호가 참으로 웃겼다. 그렇게 마음에 안드는 사람을 하나씩 처리하면, 나중에 누가
그 마을에 남을지 궁금하다.
‘조너스와 요부’는 통쾌하면서 마음이 안 좋았다. 예쁜 것들은 얼굴값을 한다니까! 이런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가족은 어쩌면 서로를 잘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맹목적인 사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생각을 해봐야겠다.
‘길거리의 개들’은 읽다가 중간에 황당했다. 이런 전환이라니! 물론 앞부분에 살짝 힌트를 주긴 했지만, 이런 전개로 흘러갈지는 몰랐다.
당황스러우면서 기분 좋은 충격을 받았다.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그런 놀라움이다. 이런 재미로 책을
읽는 것이지!
‘색 오 워’는 원제목이 뭔지 궁금한 이야기였다. 도대체 저게 무슨 뜻일까? 검색을 해봐도 모르겠다. 원제도 적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작품이었다. 내용은 가슴이 아팠다. 한 번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면 평생 그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한다. 진실은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냥 범죄자였다는 사실 때문에 의심은 확신이 되어버렸다. 물론 범죄자가 자신이 그 짓을 했다고 인정하는 일도 별로 없지만 말이다.
사실 이야기에서 진실은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았다. 피해자인 아이에게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심지어 작가마저도! 어른들의 감정싸움이 더
중요한 것처럼 보였다. 그게 아쉬웠다.
이번 책 역시 두툼했지만, 다양한 이야기들이 섞여 있었기에 지루하다는 감정을 느낄 새가 없었다. 또한 1권에서처럼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가진 작가도 생겼다.
다만 수록된 작품의 원제나 발표 연도도 같이 표기되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랬다면 소설의 배경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