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김성홍

  출연 - 김창완, 배소은, 서건우, 한다은



 


  감독이 누군지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오!'하는 감탄사와 함께 망설임 없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올가미'와 '실종'의 감독이라니! 어쩐지 득템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의 '덴티스트 The Dentist,1996'나 매니 코토 감독의 '닥터 기글 Dr. Giggles, 1992'의 향기가 너무도 진하게 났기 때문이다. 특히 '덴티스트'와 너무도 흡사한 설정과 진행 방식이어서, 혹시 한국판 리메이크라든지 오마주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름다운 젊은 아내와 사는 유명 성형외과 의사가 있다. 어느 날 그는 부인의 불륜현장을 목격하고, 그동안 이성으로 억눌러왔던 본성이 튀어나오게 된다. 지금까지는 부인에게 변태적인 행위를 요구하면서 억제해왔지만, 그 한계 허용치를 넘어버린 것이다.


  상담을 받으러온 환자에게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퍼붓고, 수술을 하던 환자가 부인으로 보여 목을 졸라 죽이려고까지 한다. 그리고 자신의 재산을 노리던 장모를 죽이고, 부인은 죽지 않을 정도로 구타하고 감금한다. 그의 미친 짓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간호사들마저 하나둘씩 죽이고, 급기야는 환자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개조하려고까지 한다. 그러다 탈출한 간호사에 의해 경찰에 발각이 나면서, 그의 살인 행각은 제지를 받는다.


  영화는 시작부터 심상치 않게 시작한다. 부인이 골라준 넥타이가 천박하다고 분노를 터트리는 남편과 그가 나가자마자 애인을 불러들여 섹스를 벌이는 부인. 그리고 남편의 변태적 행위 요구 때문에 못 살겠다는 딸에게 조금만 더 참다가 위자료 왕창 받아 이혼하라는 장모.


  그리고 소심하기만 했던 의사가 차츰 변해가는 모습은 오싹하기 이를 데 없었다. 개인적으로 김창완 씨의 미소가 참 선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전혀 그런 느낌을 주지 않는다. '저런 행동을 하면서 저런 미소를 보이다니, 완전 또라이잖아! 제대로 미쳤구먼!'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호러 영화라는 타이틀답게 그의 잔인한 행각은 꽤나 높은 수위를 자랑한다. 여기다 일일이 적을 수는 없지만, 감독의 전작인 '실종'보다 더 하면 더했지 낮지는 않다.


  하지만 영화는 많이, 아주 많이 아쉬웠다. 김창완 씨를 빼면 볼 것이 없다. 사실 호러 영화에서 사람만 잘 죽이면 되지, 더 뭘 바라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어딘지 모르게 긴장감이 없었다. 예전에 '올가미'나 '실종'에서 보여줬던 심장이 조여 오는 것 같은 서늘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도 판에 박힌 전개를 따라가고 있어서 마지막 장면도 별로 충격적이지 않았다.


  '덴티스트'는 영화를 보고 난 다음 치과에 가는 걸 고려해볼 만큼 무서웠지만, 이 영화는 그것도 아니었다. 요즘처럼 SNS가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는 세상에, 의사가 환자의 목을 졸랐다는 기사가 뜨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른 체 그 의사에게 시술상담을 받으러 간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다가 다른 배우들의 연기력은 음……. 빨리 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오래오래 나왔으면 보는 사람이 더 고역이었을 테니까. 그리고 김창완 씨의 미친 살인행각 때문에, 남편의 재산을 노리고 결혼을 한 부인과 그 불륜남이 피해자가 된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디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난리야, 불륜 커플 주제에.


   이것저것 그냥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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