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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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마스다 미리



  마스다 미리 여자 만화 시리즈 또는 수짱 시리즈.


  수짱은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삼십대의 아가씨이다. 어느 날, 그녀는 지금 이대로 살아가도 괜찮을까라는 고민에 빠진다. 집에서는 결혼하라고 남자친구가 없냐고 성화이고, 모아놓은 자금도 별로 없다. 그렇다고 눈에 띄게 예쁜 것도 아니고, 다도라든지 화장품 같은 쪽은 잘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어떤 모습으로 미래를 설계해야할지 생각한다.


  만화는 그런 그녀의 일상과 그날그날 겪은 일에 대한 단상, 그리고 그녀의 유일한 동네 친구 마이코의 생활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작가의 소박하지만 꼼꼼한 그림체는 비슷한 나이대의 두 여성이 사회에서 겪고 느끼고 생각하며 다짐하는 모든 것을 따라간다. 어떻게 보면 간단하게 그린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무척이나 세심하게 그렸음을 알 수 있다. 신발을 벗는 장면에서 그려진 신발의 위치나 앉은 자세에 따라, 또는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에 따라 수짱이나 마이코의 마음가짐을 알 수 있다.


  마이코는 오피스 걸이기 때문에 언제나 정장을 입고 있다. 그래서 조신하게 보폭을 좁게 하여 걷는다. 어쩐지 어깨가 움츠러든 것 같기도 하고, 힘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녀가 남자친구와 헤어지기로 결심하는 장면에서는 바지를 입고, 보폭을 넓게 하여 팔다리를 힘차게 흔들면서 걷는다. 구질구질하게 이어지던 불륜을 끝내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그녀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사실 마이코가 계속 그와 헤어지지 않고 피해자 코스프레하면서 영원한 사랑 어쩌고 그랬다면, 아마 난 이 책을 던져버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아니라서 끝까지 읽었다.


  수짱은 고민을 하거나 깊이 생각을 할 때는 식탁 겸 책상인 낮은 상 앞에 주로 앉는다. 그래서 갑자기 자기혐오에 빠지거나 정리가 되지 않을 때는 그냥 엎드려버린다. 하지만 어쩐지 느긋하고 기분 좋게 쉴 때는 책상이 아닌 침대에 어깨와 등을 기대고 앉는다. 때로는 상 위에 발을 올릴 때도 있다. 그림만 봐도 어떤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책의 시작 부분에서 수짱은 자신과 다른, 그래서 더욱 더 따라하고 싶은,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사람의 성향을 떠올렸다. 자신의 현재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변하길 원했다.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생활을 해나가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는다. 짝사랑하던 남자의 비밀 연애와 결혼 소식을 듣기도 하고, 승진도 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녀는 많은 심경의 변화를 경험한다.


  결론은 어쩌면 상투적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감이 갔다. 그녀의 고민도, 겪는 일도, 그것을 해결해가는 방법도 무척이나 공감이 가고 와 닿았다.


  나 자신을 따로 두고 다른 사람의 가면을 뒤집어쓰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이 될 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건 지금까지 살아 온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일이니까, 내가 해왔던 모든 것과 했던 말들과 행동 그리고 만났던 사람들을 다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그건 지금까지의 내 정체성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나 자신은 존재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타협점을 찾게 된다. 수짱이 내린 결론은 그것이다. 그리고 난 그것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 지금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앞으로 달라질 거라고 말만 해서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나도 지금 이대로는 괜찮지 않다. 이것저것 다 걸리고 불안하기만 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물론 이 책이 그런 불안감을 싹 가시게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한두 가지 방법은 제시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고맙고 도움이 되었다. 아마 살아가면서 계속 고민하고 불안해할 것이다. 나 어떡하지? 이래도 괜찮을까? 나 잘하고 있는 걸까? 매번 이런 질문을 하면서 지낼 것이다. 그때마다 이 책을 넘겨보면서 용기를 얻어야겠다.



  싫은 부분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어, 꼴불견인 인간으로 변한 게 아니라 '나'에게는 여러 가지가 있는 거야. 여러 가지가 있어서 그것이 나라는 인간. 질투도 하고 부러워도 하고 비뚤어지기도 하고 마이코라는 좋은 친구가 있기도 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기도 하는 그런 나는, 세상에 한 명밖에 없어. -p.104~105


  여러 모습의 내가 모여서 하나의 내 모습을 만들고 있다.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늘려간다. 합체해서 강해져 가는 나. - p.112





이 손님, 어쩐지 배용준을 따라한 거 같다. 목도리랑 안경이랑...주름은 빼고 




 발상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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