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8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작가 - 이상권



  난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리고 여기서 한발자국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텃밭을 가꿔본 적도 없고, 식물을 길러본 적도 동물을 키워본 적도 없다. 어렸을 적에 개를 한 마리 길렀지만, 난 별로 놀아준 기억이 없다. 동생이나 아버지가 산책도 시키고 밥도 주고 똥도 치우고 그랬던 것 같다. 난 별로 그 강아지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그냥 시끄러웠다. 하지만 그 애가 죽었을 때, 펑펑 울었던 기억은 난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목 놓아 우는 동생을 보고 감정 이입이 된 거였는지, 아니면 그 애에게 아주 약간의 애정이라도 있었던 거였는지.


  하여간 이후로도 난 동물이나 식물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어머니는 식물을 좋아하셔서 베란다나 옥상에 채소를 기른다거나 화분을 여러 개 놓으셨지만, 여전히 난 무관심했다. 그냥 시키는 대로 물을 주거나 여름에 빨갛게 익은 방울토마토를 따먹는 재미를 즐길 뿐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인간은 지구의 지배자니까 동식물 따위는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지구의 동식물에게 해를 끼치는 건 인간이라고 여기는 주의라서, 무분별한 개발이나 동물 학대는 반대하는 편이다. 다만 그들을 기르거나 관찰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동물에 대한 관심이 아주 조금 생겼다. 직접 기른다거나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건 아니고, 그냥 호기심이 생겼다. 하아, 이 문장을 쓰기 위해 저 위에서 그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댔다.


  이 책에는 동물과 인간에 대한 여섯 개의 단편 이야기가 실려 있다.


  연못에서 기른 오리 새끼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마리가 야생 청둥오리와 짝을 이루면서 본능에 눈을 뜨는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물귀신이라 여겼는데 알고 보니 귀한 수달이었고, 그것을 잡으려는 어른들에 실망하고 후회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적은 ‘나산강의 물귀신 소동’


  족제비를 잡아 파는 동네 형과 그에게 보복하는 족제비의 오랜 시간에 걸친 사투를 그린 ‘두 발로 걷는 족제비’


  살쾡이를 잡아 죽인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적은 ‘밤의 사냥꾼 살쾡이’

방에 들어와 나가지 못하는 야생들쥐와 주인공의 며칠에 걸친 사투를 적은 ‘긴꼬리 들쥐에 대한 추억’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커다란 개에 얽힌 ‘조폭의 개 ’


  글은 때로는 동물의 입장에서, 혹은 인간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다. 동물의 입장에서 얘기할 때는, 온전히 동물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책의 해설에도 적혀있지만, 그러면서 동물의 생태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동물 프로그램도 좋았지만, 이 책은 거기에 이야기가 더해져서 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좋았던 것은 교훈을 훈계식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은근히 글에 녹였다는 점이다.


  앙갚음을 하는 족제비나 살쾡이가 무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 그들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그들의 보금자리를 빼앗고 가족을 죽이지 않았으면 아무 해도 안 끼쳤을 것이다. 책은 그런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그러면서 흥미 있게 그려내고 있다.


  다만 마지막 이야기인 ‘조폭의 개’는 군더더기가 조금 많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거기 나오는 청둥오리가 설마 첫 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청둥오리의 후손은 아닐까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글자가 많아서 막내 조카는 아직 무리일 것 같다. 나중에 학년이 좀 더 올라가고 책읽기에 취미가 붙으면 권해줘야겠다.



  참고로 거위가 나는 건 '닐스의 신기한 모험', 닭이 뛰는 건 영화 '치킨 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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