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머랭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용태 옮김 / 해문출판사 / 198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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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Why Didn't They Ask Evans?, 1934

  작가 - 아가사 크리스티




  전에도 어디선가 말했겠지만, 어렸을 때 아버지가 청소년용 추리소설 전집을 사 오신 적이 있다. 아버지는 그 외에도 어린이용 SF 소설 전집이나, 고전 명작에는 포함되지 않는 판타지 명작 소설 전집 같은 것들도 많이 사오셨다. 이 때 읽었던 것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코난 더 바바리안'이라든지 '우주 전쟁', '화성의 존 카터', '아더 왕과 양키', 뤼팽, 홈즈, 엘러리 퀸 등등이다. 특히 '코난 더 바바리안'은 삽화도 무척이나 멋졌다.


  아마 지금의 내 독서 취향, 그러니까 SF 호러 스릴러 추리를 좋아하는 성향은 그 때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오라버니도 나와 독서 취향이 좀 비슷하다. 아마 같은 책을 읽고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책보다는 나가서 놀기 좋아하던 동생은 취향이 좀 다르다. 걔는 판타지나 무협을 좋아한다. 추리나 호러는 싫어한다. 왜 그걸 싫어하니, 동생아! 얼마나 재미있는데!


  그 때 이 책도 읽은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제목은 ‘왜 에반스에게 부탁하지 않았지?’였다. 내용은 잘 생각이 안 난다. 그냥 두 주인공이 악당들에게 잡혀있을 때, 손에 땀을 쥐고 빨리 도망치라고 조바심을 냈던 것만 기억한다. 그게 제일 인상깊었나보다.


  절벽에서 떨어진 한 남자. 그는 ‘왜 에반스에게 부탁하지 않았을까?’라는 말을 남기고 사망한다. 그 남자의 마지막을 지켰던 바비는 남자의 품에서 아름다운 한 여인의 사진을 본다. 가족이나 애인이라 생각하고 말았는데, 나중에 신문에 발표된 사진과 자신이 본 것이 다르다는 점에 의심을 품는다. 그리고 누군가 그를 죽이려고 한 사건이 일어난다. 누가? 왜? 그는 어릴 적 친구인 백작의 딸 프랭키와 본격적으로 사건에 뛰어든다. 죽은 남자는 누구일까? 에반스는 누구일까? 무엇을 부탁하지 않았다는 것일까? 사건의 진상에 다가갈수록 그들의 신변에도 위협이 가해지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딱 그런 상황이었다. 그들이 찾던 에반스가 바로……. 아! 여기까지. 역시 옛 조상님의 말씀은 하나도 틀린 게 없다. 삶의 지혜가 녹아든 그 말씀들을 그냥 구닥다리 옛 것이라 치부하지 말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얘기라고 생각하고 명심해야겠다.


  이번 이야기에서 바비와 프랭키가 사람의 외모에 혹해서 함정에 빠지는 장면이 나온다. 포와로나 미스 마플이 아닌, 그냥 평범한 남녀가 짝을 이뤄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이다. 하긴 포와로 같은 경우에는, 헤이스팅즈에게 대놓고 경고하기도 한다. 예쁘다고 넘어가지 말라고. 그리고 미스 마플은 그냥 '난 다 알고 있지만 안 알랴쥼'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하여간 그 두 사람을 제외한 소설에서는 왜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 걸까 생각을 해봤다.


  아마 크리스티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외적인 면에 넘어가지 말라. Beauty is but skin deep. 겉이 예쁘다고 속까지 착한 건 아니다. 이런 경고를 해주고 싶었나보다. 보통 사람들이 제일 속아 넘어가기 쉬운 것 중의 하나이니까 말이다.


  이 소설은 겉으로는 누구보다 잘생기고 예쁘지만, 속은 시커먼 인간들이 나온다. 자기들의 욕심을 위해서는 그 누구라도 이용하고 죽일 수 있는, 그런 심성의 소유자들이다. 무서운 세상이다. 외적으로 안 예쁘지만 착하고 선량한 사람들만 죽어나가니 말이다.


  다시 한 번 조상님의 혜안을 깨달으면서, 내적인 면을 볼 수 있는 인간이 되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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