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프레임 -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부제 -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저자 - 이택광




  마녀.


  어린 시절 읽은 동화에서 마녀는 검버섯이 핀 길쭉한 얼굴에 몇 개 안 남은 앞니, 사마귀가 한두 개 있는 뾰족하고 갈고리처럼 휜 코, 검은 두건이 딸린 검은 망토, 바싹 말라 앙상한 손, 쇳소리가 나는 웃음소리 그리고 옵션으로 붙어있는 빗자루와 검은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는 늙은 노파였다. 그리고 이상한 마법 약을 만들거나 남에게 저주를 거는 등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고 다니면서 아이들을 괴롭히는 이미지였다. 아마 ‘헨젤과 그레텔’이나 ‘백설 공주’의 영향이 제일 컸을 것이다.


  그러다가 착한 마녀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오즈의 마법사’를 읽으면서였다. 이 때 마녀에 대한 고정관념이 조금 깨어졌다.


  이후 나이를 먹으면서 이것저것 책을 접하다 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이미지에 딱 맞아떨어지는 마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사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마녀의 이미지가 어떻게 생겨나고 어느 세력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이용이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이 책도 다른 책들과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어떻게 마녀 이론이 생성되어 마녀 사냥이 보편적인 사회 현상으로 대두되었는지 보여준다. 다만 관점을 조금 달리하고 있었다. 마녀 이미지의 생성에 인쇄술과 근대 사회 성립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두 장이나 할애하며 설명하고 있다.


  인쇄술의 발달로 책이 보급되면서, 마녀에 관한 서적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시골에 사는 농부도 마녀를 알아보고 지목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근대 과학이 발전하면서 동시에 미지로 남겨진 분야에 대한 불안감이 동종업자의 하나인 산파나 약초를 다루는 여인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리 잡았다고 밝힌다. 지금으로 따지면, 종종 문제가 되고 있는 의학계의 밥그릇 싸움 결과라는 말이다.


  여기까지는 읽으면서 ‘오오 그렇구나!’ 하고 감탄을 했다. 하지만 2장에 해당하는 92쪽에서 뜬금없는 천안함과 한국 우파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전까지는 물 흐르듯이 잘 나가던 전개가 갑자기 돌로 막힌 기분이었다.


  마지막 3장에서 마녀 프레임에 대해 얘기하면서, 현대 한국 인터넷에서 자주 보이는 마녀 사냥이라든가 빨갱이 문제를 조금 언급한다. 차라리 천안함 얘기가 이 부분에 들어갔으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저자는 마녀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져서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였다. 에필로그에서 특히 그런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마녀 프레임이 어떻게 응용되어 진화했는지 저자는 자세히 말하고 있지 않다. 다만 현대에도 남아있고 사용되고 있다고, 인터넷 마녀 사냥을 예로 들어 언급만 할 뿐이었다. 또한 누구나 마녀로 지목될 수 있다고 경고를 하고 있다.


  누구나 마녀가 될 수 있기에 마녀는 다시 사유되어야 한다. -166p


  아마 저 문장이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일 것이다.


  동의한다.


  오늘도 게시판에서는 누군가 사람들을 선동해서 한 사람을 몰아가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재미삼아 그것을 따라가고 있을 것이다. 흥분한 누군가는 신상 털기를 할 것이고, 마치 그 사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라도 되는 듯이 누군가는 스크랩 버튼을 누를 것이다.


   어떻게 보면 왕따 현상도 마녀 사냥의 변종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 우리 사회는 초등학생 때부터 아이들을 이단 심문관으로 키우고 있구나.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현대 사회에는 마녀는 존재하지 않고, 마녀를 심판하고 싶은 이단 심판관만 득실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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