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그럴듯한 착각들
실뱅 들루베 지음, 문신원 옮김, 니콜라스 베디 그림 / 지식채널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원제 - Pourquoi Faisons-nous Des Choses Stupides Ou Irrationnelles?

  저자 - 실벵 들루베

  그림 - 니콜라스 베디



  일본 만화 ‘데스 노트’에 나오는 사신 류크는 지상에 내려와 인간들을 지켜보다가 이런 말을 한다. ‘인간은 참 재미있어.’



  이 책을 읽다보면, 누구나 다 그렇게 말할 것이다. ‘인간은 참 재미있어.’와 ‘에이, 설마. 난 안 그럴걸?’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이 책에 나온 상황을 접한다면, 비슷하게 행동할 것이라 생각한다. 불행히도인지 다행스럽게도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행동, 그 중에서 황당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 12개를 골라 그에 얽힌 실험이나 사례를 얘기하고 있다. 또한 관련 영화나 TV 드라마도 간략하게 소개를 해준다. 그래서 ‘아, 이게 그 얘기구나.’라면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 중에는 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다. 보지 못한 것들은 나중에 찬찬히 찾아봐야겠다.


  1. 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까?

  2. 무엇이 사람들을 패닉에 빠지게 하는가?

  3. 유언비어는 어떻게 널리 퍼지는가?

  4. 틀린 줄 알면서도 왜 다수의 의견에 따를까?

  5. 우리’와 ‘그들’은 언제 하나가 될까?

  6. 왜 우리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할까?

  7. 무엇이 부당한 명령에 복종하게 만드는가?

  8. 완벽해 보이는 그들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는 이유

  9. 그들은 왜 피해자를 외면했을까?

  10. 왜 사람들은 권력에 쉽게 눈이 머는 걸까?

  11. 이타심은 타고나는 것일까?

  12. 무엇이 진정 군중을 움직이는가?


  문득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라는 책이 떠올랐다. 그 책 역시 심리학계에서 행한 실험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상황에 대한 실험과 사례를 다루고 있고,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는 실험과 상황을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는 삽화가 있는데, 참으로 귀엽고 깜찍한 그림체이다.


  책을 다 읽고, 사람은 결국 혼자서 살아가지 못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그러니까 로빈슨 크루소같이 섬에서 혼자 살아가는 그런 걸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고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는 게 아니다. 내가 말하려는 혼자 살아가는 것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 주관을 갖고 내 의지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의미이다.


  무슨 행동을 하든지 타인의 눈을 의식하고, 곁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행동을 취하느냐 아니냐가 결정되고, 때로는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남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고…….


  요즘은 ‘착하게 행동하면 호구 내지는 호갱으로 본다’는 우스갯소리가 떠올랐다. 뒤이어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과 ‘아는 게 힘이다’는 옛 말도 생각났다.


  저런 사실을 몰랐다면, 세상은 참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마냥 헤헤거리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남의 의도가 어떠한 것인지, 이게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었는지 아닌지 따질 필요 없이 말이다. 하지만 저런 걸 알면 어느 정도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 주관대로 살아갈 수도 있다.


  아, 그런데 그 주관적인 생각이 진짜 내 생각이라는 보장은 어디 있을까? 갑자기 예전부터 생각해온 난제가 생각난다. 만약에 모든 사람이 좀비가 되었을 때 혼자 살아남으려고 도망치는 게 좋을까? 아니면 그냥 같이 좀비가 되는 게 더 편할까?


  이 책에서 공감을 한 대목은 공격적 성향에 대한 연구였다. 공격적 행동에 처벌을 받는 걸 본 아이들은 그런 행동을 자제하려고 했고, 똑같은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을 받는 걸 본 아이들은 곧바로 따라했다. 단지 게임이나 랩 가사로 어린애들이 폭력적이 되는 게 아니었다.


  요즘처럼 약자에 대한 온갖 폭력이 흘러넘치게 된 것은, 가해자는 떵떵거리고 피해자가 목숨을 끊는 이상한 풍조는, 예전에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처벌이 약해서 애들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온갖 범죄를 저질러도 줄만 잘 서면 장관도 되고 국회의원이 되는 사회 구조가 범죄를 조장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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