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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속의 죽음 ㅣ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2월
평점 :
원제 - Death in the Clouds, 1935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프랑스에서 런던으로 가는 여객기 프로메테우스호에서 한 여인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 독침을 맞아 죽은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의심이 가는 용의자들은 비행기의 승무원들과 탑승객들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독침을 쏘는 대롱이 발견된 좌석은 포와로가 앉았던 곳. 물론 그를 의심하는 경찰이나 사법기관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포와로는 범인을 밝혀내겠다고 결심한다.
피해자가 유럽에서 이름난 사채업자라는 게 밝혀지면서, 사건은 난관에 빠진다. 돈을 빌려주는 대신, 협박거리를 담보로 받는 그녀의 독특한 사업수단 때문에 앙심을 품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포와로, 참 대단한 사람이다. 승객과 승무원들의 소지품을 보고나서 누가 범인인지 알아버린다. 하지만 범인은 알지만, 동기를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니 사건의 원인을 확실히 알 때까지는 안 알랴줌! 이러면 주위 사람들은 속이 터진다. 그냥 범인을 말해달라고! 제발! 그렇지만 포와로는 단호하다.
한편 역시나 로맨스가 빠질 리 없는 크리스티의 소설답게, 이번 이야기에서는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제인 그레이가 등장한다. 우연히 산 복권이 당첨되어 휴양지에 들렀던 그녀. 거기서 한 명의 남자를 만나고, 호감을 느낀다. 바로 치과의사인 노먼 게일이다. 불행히도 그는 살인 사건에 연류 되었다는 소문 때문에 예약 손님들이 급격감하고 만다. 제인은 그를 돕기 위해 포와로의 사건 수사에 협력하기로 한다. 그러다 고고학자인 뒤퐁 부자를 만나는데, 아들인 장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인다. 어머나, 양 손에 남자를 하나씩!
역시 모든 살인의 원인은 이성간의 사랑 아니면 돈이라는데, 이번에도 그러했다. 한 번은 돈 때문에, 또 한 번은 사랑 때문에. 나쁜 놈. 다른 사람을 죽여서 자기가 원하는 걸 얻으려고 하다니. 노력해서 얻을 생각을 해야지……라고 쓰다가 아, 살인 방법을 고안하느라 노력은 했겠구나라는 엉뚱한 상상이 들었다. 이런, 그 좋은 머리와 대담한 배짱을 다른 곳에 써먹을 것이지.
5분 먼저 가려다가 50년 먼저 간다는 횡단보도 앞의 문구가 꼭 그 때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쉽게 돈 벌려다가 인생 망치는 거다.
문득 크리스티의 시대엔 무차별 살인이 과연 없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지금까지 읽은 건 거의 사랑과 돈 때문이었고,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건을 아직까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긴 그런 거면 아무리 포와로라도 범인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그냥 길가다가 죽이고 싶다는 생각에 총칼을 휘두르면, 그 사람이 어느 길을 언제 다닐 줄 알고 잡을까?
음, 그러고 보면 무차별 살인 같은 경우에는 그 살인자의 심리로 소설이 나오는 것 같다. 예전에 읽었는데, 앗! 이런 내 망할 빈약한 기억력! 어떤 책이었는지 생각이 안 난다!
하여간 이번 책에서 포와로는 사건 해결뿐만 아니라, 커플 매니저의 위엄도 보여준다. 어떻게 그 사람이 이 사람에게 호감을 보이고 마음을 빼앗길 줄 알았는지, 대박이다. 영국판 중매회사 듀오를 차리면 큰 성공을 거두지 않았을까? 혹시 그의 눈에는 범인과 동시에 손가락에 묶인 붉은 실이 보이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