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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이승편 상.하 세트 - 전2권 ㅣ 신과 함께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 주호민
지난번이 저승에서 죽은 이가 심판받는 내용이 주된 것이라면, 이번에는 이승에서 벌어지는 얘기이다.
세 저승차사들이 한 노인의 혼을 거두려고 오는데, 그것을 세 명의 가택신들이 막아선다. 바로 한 집안의 대들보 성주신, 불을 다스리는 부엌의 여신 조왕신, 그리고 변소에 사는 측신이다. 할머니마저 얼마 전에 잃고, 할아버지와 사는 어린 소년 동현이 불쌍하지 않냐는 이유였다. 설상가상으로 고물을 주워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할아버지가 아파서 쓰러지고, 집이 도시 재개발로 철거될 위기에 처한다. 세 가택신들은 인간으로 현신해 두 사람을 돕기로 하는데…….
같은 작가가 그려서인지 모르지만, 지난 ‘저승편’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지난 편에 지옥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주인공이 내복을 사서 준 할머니가 바로 이번에 나오는 얼마 전에 죽었다는 그 할머니이다. 애인님의 말에 의하면, ‘저승편’에도 작가의 다른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가택신에 대한 얘기도 전래 동화에서 종종 읽은 기억이 난다. 우리 조상들은 집안 구석구석 각각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신들이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문턱이나, 대문, 부뚜막, 측간, 장독 등등.
그런데 이 책에서는 주택이 현대화가 되면서 그런 가택신들이 머물 곳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좀 이상하다? 조왕신은 원래 부뚜막을 담당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전기밥솥에 들어가서 밥도 짓고 그런다. 저승은 어느 정도 현대 문물을 사용하면서 적응하고 있는데, 왜 이승에서 사는 신들은 그러지 못한 걸로 나올까? 그들이 더 적극적으로 그런 쪽으로 발전해야하는 게 아닐까?
아파트로 바뀌어 대문이 없다고? 각 집마다 현관문이 있지 않은가? 측간이 없다고? 집집마다 화장실이 있고, 아니면 변을 모아두는 정화조를 담당하면 되지 않을까? 부뚜막 대신 가스레인지나 부엌 전반을 맡으면 되고 말이다. 음, 장독대가 좀 문제긴 하다. 하지만 고추장 된장을 만드는 공장에서 여럿이 있으면……안 될까?
이 만화에서는 자꾸 사라지는 가택신들을 통해, 인간의 문명 발달과 개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특히 개발이라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개발이지만, 정작 그것을 누릴 수 있는 대상이 따로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드러난 비밀은 씁쓸하고 소름끼치고 슬펐다.
또한 예전과 달라진 가족 관계, 주거 환경, 그리고 이웃 간의 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더 삭막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와 비슷한 환경에 사는 사람들끼리 원을 그려놓고, 그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관심조차 주지 않는, 어쩌면 그런 사람들이 있는지조차 생각하지 않는 세태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것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마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동현이일 것이다. 아직 빈부격차 같은 것에 대해 잘 모를 어린 나이이지만,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소년은 조금씩 알게 된다. 자신의 집이 다른 아이들의 집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그래서 그런 결말이 나온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 상황에서는 그게 최선이었을 것이다.
‘저승편’이 착하게 살자는 교훈을 주고 있다면, ‘이승편’은 다른 사람을 돌아보라는 말을 하고 있는 듯하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것이라 얘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