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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세계화
도미니크 볼통 지음, 김주노 옮김 / 살림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원제 - L'Autre Mondialisation
저자 - 도미니크 볼통
요즘 다문화 가정에 대한 홍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이라든지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이름아래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거부 반응도 만만치 않게 눈에 들어온다. 자국민에 대한 보장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서 외국인에 대한 특혜만 늘이는 정책에 대한
비판과 재한외국인들의 범죄행위에 대한 규탄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과연 세계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호갱님이 되는 것이 세계화인지 아니면 우리가 펼치고 있는 정책이 이상한
것인지 궁금했다.
이 책의 앞부분을 보면, 초판일이 2004년이라고 적혀있다. 아마도 한국어판을 내면서, 5장 한국에 대한 부분과 최근에 일어난 아랍의 봄과 같은
일련의 사태들을 6장에 첨가한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고,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도
있었다. 물론 ‘이건 좀…….’하고 고개를 갸웃거린 적도 있었다.
저자는 세계화란 서구화도 아니고 미국화도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서구, 특히 미국에서 일방적으로 다른 나라에게 정보를 준다거나 그들의
문화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교류를 통해 이해하는 것이라 언급한다. 기술이나 자식의 전달과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 부분에서는 공감했다. 기술이나 지식의 전수는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우위에 있는 쪽이 아직 모르는 상대에게 알려주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세계화는 문화의 세계화이다. 문화란 한 국가 내지는 민족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생활 습관을 아우르는 것이니, 어느 문화가
우위고 어느 문화가 하위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과학 기술이 발달했다거나 국력이 강한 나라 중심으로 세계화를
밀어붙이는 바람에 여러 가지 부작용과 반발이 일어났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란의 예를 들고 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설득하려는 상대에 대해 잘 모르고 자신의 주장이나 방법만 우기다가 피를 본 경우는 누구나 있을 것이다. 친구사이도
그렇고, 연애하는 커플 내지는 결혼하는 연인들, 그리고 사업적인 관계까지. 이렇듯이 개인끼리의 관계도 대화가 필요한 법인데, 하물며 국가대
국가의 사이에 우격다짐이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러고 보니, 무조건 자신들의 주장과 입장을 우기며 상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벌어진 엄청난
일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샘물 교회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사건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를 설득하려면, 무조건 우긴다고 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내 자신을 아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상대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저자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서구 중심의 세계화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대해 설명을 한 다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문제에 대한 대안까지 서술했다. 대부분의 것들은 ‘오오,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팔랑 귀라는 걸 감안해야한다.
책에서는 정부와 언론의 역할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세계화란 개인이 벌이는 일이 아니다. 정부에서 자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정책을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다. 제대로 정보를 주기 위해서는 언론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정부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 제공하는 언론은 그닥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건 이미 언론이라고 부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또한 관광을 타국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여긴다. 외국인에게 자국을 알릴 수 있고, 개인이 외국에 대해 낯선 경험과 동시에 그 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해진 코스대로 맛집을 돌아다니고, 여행사와 연계된 면세점에 가서 물건을 사고, 몇몇 건물이나 박물관을 정해진 시간 안에 돌아보는
관광은 시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을 느낄 수 있는 관광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음, 치안이 좋아야 할 것이다. 외국인이
안심하고 타국을 돌아다니려면 말이다. 또한 외국어도 어느 정도 해야 할 테고. 그래서 저자는 영어 중심의 교육을 거부한다. 뜨끔했다.
아쉬운 점은 저자는 세계화의 일반론만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로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충돌이 줄어들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만약에 양쪽의 문화가 한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다루지 않고 있다. 이슬람 문화권의
여성에 대한 처우가 한 예가 될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명예 살인이, 과연 그들만의 독자적이고 고유한 문화라고 판단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기본권 차원에서 없애야 하는 것인지 그는 말하지 않는다.
어쩌면 너무 지엽적인 문제라 언급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일반론을 얘기하고 있으니,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감안한다고 해도, 어딘지 모르게 뭔가 빠졌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하여간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세계화라는 것이 무조건 남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자신의 문화를 지키고 동시에
남의 것도 이해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남에게 뒤쳐진다는 그래서 자신의 것을 빼앗긴다는 공포심만 줄 수 있을
것이다. 제발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이 이곳에서는 재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