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 - 세계 자원전쟁의 승자 중국의 위협
담비사 모요 지음, 김종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부제 - 자원전쟁의 승자 중국의 위협

  저자 - 담비사 모요



  책은 표지부터 위압적이다. 하얀 바탕에 붉게 휘날리는 중국 국기, 그리고 검은색 띠지에는 ‘승자독식’이라고 크게 적혀있다. 내용을 읽지 않아도,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중국이 새로운 강국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건 예전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내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중국이 아주 중요하다고 하셨다. 저 나라가 지금은 문이 닫혀있지만, 열리는 순간 세계를 뒤흔들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건 현실화가 되고 있다.


  중학교 제2 외국어로 중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일본어를 공부하는 아이들보다 많다. 적어도 내 주위에서는 그렇다. 뭐라고 확실히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도 막연하게나마 느끼고 있는 것이다. 커다란 땅덩이에 걸맞은 수많은 인구, 엄청난 판매 시장이자 제조 시장, 자원의 공급처.


  이 책은 거기서 더 나아가, 그 지상에서 형성된 자본을 가지고 중국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말하고 있다.


  읽다보면, 중국이 이라크나 북한을 제치고 ‘악의 축’ 정상에 등극할 것 같다. 그들은 철없는 중2병 허세에 찌든 아이가 자해공갈을 하고 있는 느낌이고, 중국은 뒤에서 조용히 남몰래 모든 일을 지휘하고 수행하는 어둠의 흑막 같은 분위기다.


  어쩌면 이 저자는 중국에 대해 과대평가하고, 상도도 없는 무지막지한 나라로 여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표와 그림들은, 과대평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상도가 없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어느 나라건 자국의 이익이 우선이다. 미국은 군사적 공격까지 했는데, 자기 나라에 없는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당하게 돈을 주고 타국에서 구매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속된 말로 내 돈으로 내가 산다는데 보태준 것도 없으면서 왜 난리냐고 중국이 묻는다면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거기다 중국은 미국이나 유럽 강국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아프리카의 빈국에 접근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 나라에는 더 이익이 되는 조건들이니, 당연히 그들은 중국과 교류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상도가 없다고 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그건 당신 생각이지.’ 라고 넘기거나, 음모론을 좋아한다고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나도 처음 읽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국이 싸울 상대가 줄어드니까, 중국을 새로운 대전 상대로 고른 건가? 이런 상상까지 했다. 어떻게 보면 그럴 수도 있어 보인다.


  국내에서 모 기업이 문어발도 모자라서 지네발 사업 확장을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생각한다. 저러다가 모든 산업과 상업이 저들 손에 들어가는 거 아니야?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XX 공화국이 되어버리겠네. 기업에 의해 좌우되는 나라에 대한 불안감도 슬쩍 든다.


  그것과 비슷한 이치다. 외국의 자원을 엄청난 자본으로 독점하려는 그들의 구매력을 보면, 우리도 이 책의 저자와 비슷한 상상을 할 수 있다. 이러다가 물도 광석도 석유도 다 중국이 가져가는 거 아냐? 나중에 다 중국에게 굽실거리면서 ‘중국님, 광석 조금만 굽실굽실. 님이 짱이심.’ 이런 미래가 그려질 수 있다.


  미래세계를 다룬 SF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다국적 대기업이 정부를 쥐고 흔드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극심한 차이로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가 그려지기도 한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에서도 엄브렐라 사가 전 세계를 손아귀에 쥐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들이 다 백인이었다. 하지만 꼭 그들이 백인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영화나 소설과 달리, 현실에서는 그들이 중국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이 책을 저자의 과대망상이나 음모론에서 나온 내용이라고 그냥 웃고 넘길 수는 없다.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물론 미국이나 유럽의 국가들이 손 놓고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도 바보는 아니니까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뭔가 조치를 취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저자가 그걸 책에 적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그들이 우리나라의 이익을 위한 일을 해줄까? 아니다, 그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뭔가 할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도 뭔가 대책을 만들어 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100%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지만, 안 일어난다는 보장도 0%가 아니니까. 비 온다는 확률이 20%만 되어도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데, 하물며 이런 일에서 대비를 안 한다는 건 너무 안일한 생각이다. 아마 우리 정부도 대책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중국을 ‘짱깨’라고 비하하면서 얕잡아보는 사람들이 흔히 있다. 아, 저런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도 물론 존재한다. 뭐, 한중일 삼국은 서로를 비하하면서 지내니까,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편집으로 만들어진 사진이나 글을 보면서, 중국은 땅덩어리만 크지 국민성이 저질이라서 뭘 해도 안 된다고, 조만간 무너질 것이라고 근거 없는 자신감과 우월감으로 낮추어보면 안 된다. 상대를 욕하려면, 확실히 알고 욕해야 할 테니까. 어설프게 욕하면 자신의 얄팍한 지식이나 논리의 밑천을 드러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조상님은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하셨다. 그러니 거기에 모르는 게 약이라고 맞받아치지 말고, 관찰하고 생각하고 공부하자.


  사실 제목을 이어 첫 문장에 '60초 후에 공개하겠습니다.'라는 개드립을 쓰고 싶었다. 그리고 '1초는 깁니다.'라는 것까지. 하지만 그럴 분위기의 글이 아니라 패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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