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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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Ordeal by Innocence, 1958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어머니를 살해한 죄로 둘째 아들이 체포되었다. 그리고 감옥에서 병사했다. 식구들은 안도했다. 그는 원래 나쁜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2년 후, 그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교통사고로 일시적인 기억상실증에 걸려, 작은 아들을 사건 당시에 만났다는 사실을 잊었던 것이다. 그는 작은 아들의 누명을 풀어주었기에 가족들은 기뻐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출현은 남은 가족들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바로 작은 아들이 범인이 아니라면, 다른 가족 중의 누군가가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뜻이다. 이제 살아남은 가족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부유한 상속녀인 아질 부인은 다섯 명의 전쟁고아를 입양해서 길렀다. 남편은 뒷전이고, 그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다 해줬다. 어떻게 보면 과잉보호라고 보일 정도로. 그래서 그녀는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았을까? 아이들은 그녀에게서 어머니의 정을 느꼈을까?


  책에서는 그렇지 못했다고 나온다. 메어리는 단지 고아의 비참한 삶으로 돌아가기 싫어서 아질 가의 양녀가 되기를 택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 자신과 남편 필립 이외의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 마이클은 자신을 팔아버린 친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증오했다. 그래서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아질 부인을 미워했다. 헤스터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아질 부인을 싫어했다. 타냐만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잭. 아질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잡혔던 그는 그녀의 돈을 사랑했다. 교묘한 말솜씨와 귀여운 얼굴로 여자들을 유혹해 돋을 뜯어내고 온갖 사기행각을 벌였다. 그는 나쁜 피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말의 전형적인 예였다. 아무리 부모가 사랑을 베풀어주고 물질적으로 풍족해도, 근본이 아니올시다면 개과천선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인간의 본성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 건가? 아니, 혈통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가정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아도 안 되는 건가? 미스 마플이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누누이 말하지만,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입양이 되어 길러졌기 때문이다.


  난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만, 교육의 힘도 믿는다.


  어쩌면 아질 부인의 교육법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녀는 일방적으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아이들에게 강요했었다. 그런 그녀의 양육법이 아이들에게 더 반감을 일으켰을 지도 모른다. 나중에 마이클이나 헤스터의 대사를 보면 그랬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잭이 원래 본성이 글러먹었다는 식의 표현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책에서는 기생충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그를 그렇게 몰아붙인다. 잘 모르겠다. 선천적으로 나쁘게 태어난 아이는 커서도 범죄자가 되는지, 아니면 교육이 잘못 되어서 그렇게 된 것인지.


  음, 그러고 보면 잭 같은 스타일의 남자가 크리스티의 소설에 간혹 등장하곤 한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주머니속의 죽음 A Pocket Full of Rye, 1953’과 ‘푸른 열차의 죽음 The Mystery of the Blue Train, 1928’이다. 그 소설에 꼭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 여자들에게 다정하게 대하고 얘기를 잘 들어주면서 돈을 뜯어내는 그런 남자들. 지금도 그런 사람들에 대한 얘기는 종종 볼 수 있다. 인간이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이하 생략.


  헤스터가 잭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주는 사람을 만난 다음, 내뱉은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상관있는 사람은 죄가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죄가 없는 사람이라고요.’-p.36


  그렇다.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을 것이다. 죄 없는 사람이 괜히 의심받고 혼자 자책하고 그러는 거지.


  그나저나 이번에도 불꽃같은 로맨스가 펼쳐진다. 로맨스가 빠질 수 없는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 하지만 난 커플이니까 별로 안 부럽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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