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의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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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urder in Mesopotamia, 1936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크리스티 소설을 읽다 보면, 중동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포와로가 여행을 간다거나 다른 일로 출장 갔다 오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나일 강의 죽음 Death on the Nile, 1937’이나 ‘죽음과의 약속 Appointment with Death, 1938 ’ 등이 그런 종류이다. 이 책도 그런 시리즈에 해당한다. 고고학자 남편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작품 해설에 적혀있다.


  이번에도 역시 헤이스팅즈가 나오지 않는다. 보고 싶다, 헤이스팅즈……. 언제쯤 출연하는 거냐!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으면, 홈즈와 왓슨은 둘이 사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붙어 다니는데!


  이야기는 간호사인 에이미의 서술로 진행된다. 그녀는 유물 발굴단의 단장인 레이드너 박사의 부인인 루이즈를 돌봐주기 위해 고용된다. 그녀는 전남편이 자신을 죽이러 올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있다. 다들 망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짜로 밤에 누군가 창문을 두드린다거나 협박 편지가 계속해서 그녀에게 배달되고 있었다. 거기에 발굴단의 묘한 분위기에 에이미는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던 중, 루이즈가 방에서 살해된다. 발굴단원 중에 범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에 사람들은 경악하고, 마침 시리아로 향하던 포와로가 사건의뢰를 받고 도착한다. 포와로와 에이미는 탐정과 조수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근처를 탐문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단원들이 숨겨두었던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는데…….


  다른 사람을 지배하거나 조종하는 데 능통한 여자 루이즈. 자신이 중심이 되지 않으면 못 견디는 그녀. 덕분에 아름아운 외모와 고상한 태도로 많은 남자들의 시선을 붙잡아뒀고, 그만큼의 여자들에게서는 원망과 질투어린 시선을 받아야했다. 의식적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에 놀라웠다. 루이즈는 그런 성격 때문에 두려움에 떨었고 자신이 믿던 사람에게 살해당했다.


  정말 저런 성격의 사람이 있을까? 있다. 내가 봤다. 옆에서 보는데, 그냥 넘어가는 사람들이 바보 같고 불쌍하기도 했다. 뭐, 그래도 자기가 좋아서 매달리는 거니까 알아서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내버려두고 있다.


  그리고 집착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 소설의 범인은 그 집착이 너무 강해서, 내 곁에 있을 수 없다면 차라리 죽여 버리겠다는 심정이었으니까. 내가 못가지면 남에게도 줄 수 없다는 못된 심보이다. 물론 저런 성격을 가진 사람도 있다.


  갑자기 인간의 본성이란 변하지 않는다는 미스 마플의 말이 떠오른다. 이 책이 나온 1930년대와 2010년대인 지금까지, 인간의 심리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과학기술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하고 변하는데, 인간은 그대로인 모양이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겠지.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재미있는 얘기가 나온다.


  포와로는 시리아로 돌아갔다가 약 1주일 뒤에 오리엔트 특급열차를 타고 귀향했는데, 그곳에서 그는 또 다른 살인 사건에 휩쓸려 들게 되었다고 한다. -p.301


  그런데 이 책은 ‘오리엔트특급 살인사건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1934’보다 늦게 나왔다. 그 책을 아무리 찾아봐도 시리아 사건을 해결하고 돌아오기 전에 다른 사건에 휘말렸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아쉬웠다. 예전에 나온 소설과 연관성을 주려고 했겠지만, 그럴 때는 오리엔트 책에 몇 줄이라도 추가해서 개정판으로 내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 그 시절에는 개정판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걸까? 아쉬웠다. 하지만 이제 작가가 세상에 없으니,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이 책의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중간에 괄호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나는 늘 이렇게 생각해왔었는데, (그것에 대한 증거는 없지만) 그녀는 아주 완벽한 거짓말쟁이였던 것 같습니다.” -p.170


  어떤 사람의 대사인데, 왜 괄호가 들어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사람이 말하다가 괄호라고 입으로 말하고 안의 말을 하는 건가? 어떻게 읽으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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