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메어 자르치 감독, 리차드 페이스 외 출연 / 키노필름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원제 - I Spit on Your Grave, 1978 (aka Day of the Woman)

  감독 - 메이어 자르히

  출연 - 카밀 키튼, 에론 타버, 리차드 페이스, 안소니 니콜스



  영화 초반에는 진짜 화가 나고 마음이 답답했다. 그러다가 중반에 가면서는 도저히 영상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빨리 감기를 눌렀다. 어째서 주인공이 그런 일을 겪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단지 혼자 사는 여자라서? 그 시골 마을에서는 보기 드문 도도하고 예쁜 도시녀라서? 마을 남자들이 추파를 던지는데 눈길도 안 줘서? 그게 자기들을 무시한 거 같아서? 여자는 남자들이 눈길을 주면 '아이고, 고맙습니다.'라고 황송해하면서 다리를 벌려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나?


  영화의 내용은 유명하다면 유명하다. 한적한 시골 마을로 차기작 구상도 할 겸 쉬러 온 작가 제니. 하지만 그녀를 보고 찝쩍대던 마을 청년 네 명에게 무참하게 윤간을 당한다. 겨우 목숨을 건진 그녀는 그들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하는데…….


  영화 초반을 지나면서 꽤 오랜 시간동안 그녀가 남자들에게 강간당하고 모욕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이놈들이 여자 혼자 산다는 걸 알고서는 호숫가에서 윤간을 하더니, 나중에는 집에까지 따라와서 또 그녀를……. 그 부분은 도저히 그냥 볼 수가 없어서, 위에서 말했듯이 빨리 감기로 돌려버렸다. '왼편의 마지막 집 Last House On The Left, 1972'에서도 주인공 소녀가 강간당하는 장면이 오래 나오긴 했지만, 이 영화가 더 길었다. 그래서 옛날에는 이 영화를 야한 장르로 분류했다고 하는데, 참 황당한 얘기다.


  그녀가 당하는 과정이 너무 끔찍해서일까? 나중에 그녀가 복수하는 부분은 다른 영화들보다 더 통쾌하게만 느껴졌다. 네 명을 하나씩 찾아가 유혹을 하기도 하고 달래면서, 그녀는 복수를 한다. 좀 더 잔인하게 죽여! 겨우 그걸로 네가 당한 게 갚아지냐! 그 새끼들은 더 당해도 싸! 이런 소리가 절로 나왔다. 게다가 그녀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죽일 때, 어쩐지 오싹함도 느꼈다. 그 전에는 표정이 풍부한 여인이었는데, 그런 표정은 다시는 보여주지 않았다. 그만큼 그녀가 변했다는 말이 될 것이다.


  물론 이 영화가 나왔을 당시에는 잔인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1978년도에 여자가 남자의 거시기를 싹둑 자르거나 수영하고 있는 남자를 육지로 올라오지 못하게 보트로 방해를 하다가 치어버리고 또 다른 남자는 목을 매다는 장면이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요즘은 '게임을 시작하지.'라는 명대사가 나오는 영화 덕분에 그 정도는 '에게-'하는 수위가 되었지만 말이다.


  성범죄 기사들이 뉴스 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 짓을 한 사람들을 보면,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여자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말이 그냥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게다가 남자는 아빠 빼고 다 늑대라는 말도 이젠 바뀌어야 한다. 남자는 아빠 오빠 삼촌 포함해서 다 늑대이다. 제기랄!


  그런 기사를 본 사람들은 말한다. 죄에 비해 형량이 너무 약하다고, 그래서 사람들이 성범죄에 대한 죄의식이나 경각심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긴 그도 그렇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보호자라는 이유로 형이 경감된다. 피해자만 평생 상처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 반면에 가해자는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해놓은 주제에 1~2년 감옥에 갔던 걸로 죗값을 치렀다고 뻔뻔스럽게 말하는 경우도 보았다.


  그래서 어떨 때는 이 영화처럼 복수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해자는 고개 뻣뻣이 들면서 거리를 활보하고, 피해자는 문밖에도 나오지 못하는 이 세상이 제대로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언젠가 소설 '비스트'의 감상에서도 썼지만, 국가가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면 국민은 도대체 누구를 의지해야할까? 아, 그래서 제니가 남자들을 죽일 때 통쾌했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극적이다. 여주인공이 강간당하는 과정도, 남자들이 죽어나가는 장면도 다. 하지만 속이 시원하긴 하다. 그녀가 남은 평생을 어떤 심정으로 살아가야하나 생각하면 조금은 먹먹하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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