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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 - 행복은 삶의 최소주의에 있다
함성호 지음 / 보랏빛소 / 2013년 6월
평점 :
부제 - 행복은 삶의 최소주의에 있다
저자 - 함성호
삶의 최소주의가 뭘까 책을 기다리면서 이것저것 상상해보았다. 욕심내지 않고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는 삶일까? 그런 작가의 행복한 삶을 담은 책일까 아니면 이렇게 하면 나처럼 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책일까? 카툰 에세이라고 했으니까,
그림과 짧은 글이 생각할 여지를 주는 걸까?
하지만 책을 펼쳐 들고 나서 내 생각이 빗나갔음을 알게 되었다. 책 제목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이지만, 저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건축가이면서 시인, 건축 평론가, 미술 비평, 만화, 만화 비평, 영화 비평, 전시 공연
기획자 등등의 직업을 다 가지고 있다. 설마 이런 여러 가지 일을 하느라 힘들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쉬고 싶다는 것일까?
하지만 책에는 그런 얘기는 나와 있지 않았다. 저자가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말해주는데, 그걸
보면 많은 일을 한 즐거움에 대해 얘기라는 느낌이다.
이
책은 그림이 곁들어진 수필집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저자의 어린 시절에 관련된 여러 가지 추억이야기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들과
지인들과의 대화, 외국에서의 경험 등등 여러 가지 단상들이 펼쳐져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참으로 재미있었다. '예전에는 이런 게 있었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아,
이거 나도 아는데'라고 같이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또는 '맞아,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지.'라고 킬킬대곤 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삶의 최소주의라는 것이, 혹시 현대 문물에서 벗어나서 아날로그
적으로 살아가는 걸 말하는 걸까? 전반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저자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 때를 그리워하는 뉘앙스를
풍긴다. 나만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현대 문명에 찌들지 않은 어린 시절과 어린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순수함을
강조한다.
그런 낌새는 첫 번째 이야기에서부터 있었다. '삶의 최소주의'라는 소제목으로, 집에 대해서 얘기한다.
'있으면 좋은 것들'에 너무 치중을 해서 큰 집을 선호하는 현대인들과 삼칸지제(三間之制)를 지켜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들'만 갖추고 살았던
옛사람들을 비교한다.
흔히 어른들은 말하신다. 아는 게 많으니 먹고 싶은 것도 많겠구나. 그리고 이런 말도 있다.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 그냥 인간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다. 처음부터 몰랐으면 그냥 그렇게 살겠지만, 알게 된 이상 욕심이 생긴다고. 견물생심이라고
하던가? 그걸 안 좋은 눈으로 볼 생각은 없다. 이건 어쩌면 내가 속물적인 인간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과거가 좋았다며 그 때를 그리워하는 건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것 역시 내 과거가
그리 좋지 않은 기억들로 이루어져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떤 현재에 있는지 파악을 하지 않고, 미래에 어떤 일이 있을 줄 알고 과거 그
시절이 좋았지 라고 추억에 잠겨있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어딘지 모르게 불편했다. 제목에 낚인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