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묘촌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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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八つ墓村, 1971년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걸핏하면 할아버지의 명예를 거는 손자가 있다. 어떤 난관에 맞닥뜨리면 이렇게 외친다. “이 사건은 내가 해결해보이겠어.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진짜 두 사람이 혈연관계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할아버지의 이름은 긴다이치 코스케, 손자의 이름은 긴다이치 하지메. 할아버지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사람은 요코미조 세이지, 손자를 탄생시킨 사람은 아마기 세이마루와 카나리 요자부로. 요코미조 세이시가 1981년도에 세상을 떠났고, 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은 1992년에 연재가 시작되었다. 허락을 받았을까?


  한국에서는 할아버지보다 손자가 더 유명하다. 그래서 처음 이 시리즈가 나올 때, ‘김전일의 할아버지’라고 소설을 광고했다. 물론 할아버지는 성인 대상이고, 손자는 청소년 대상이다.


  이 소설 ‘팔묘촌’에는 당연히 긴다이치 코스케가 나온다. 하지만 서술하는 사람은 그가 아닌, 사건에 휘말렸던 타츠야이다. 모든 일이 끝난 다음, 그가 회상하는 수기 형식으로 글은 진행된다.


  타츠야의 아버지가 마을 사람들을 죽이는 장면은 눈에 보일 듯이 생생하게 묘사되었다. 예전에 일본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는 기록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걸 인용한 모양이다.

가문을 이어받기 위해 돌아왔지만, 사실 타츠야는 그 마을이나 친척에 대한 아무런 기억이 없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그의 아버지가 저질렀던 무차별 살인의 상처가 남아있기에, 그를 꺼려한다. 그리고 마을에서 하나둘씩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가 재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친척을 죽이는 것이라 수군거리기 시작하는데…….


  범인이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엥?’하고 놀랐다. 설마 그 사람이 그런 짓을 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그 자의 범행과정을 읽으면서 사람이란 얼마나 남에게 휘둘리기 쉬운 존재이며, 미신이라든지 저주 같은 것으로 얼마든지 이용당할 수 있는 존재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인간의 직감이란 무섭다는 것도 느꼈다. 아니, 육감인가? 또한 재물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도.


  제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타츠야의 결혼이었다. 아니 그게 가능한가? 인사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만리장성을 쌓고 결혼 약속까지? 선 섹스 후 결혼 약속인가? 타츠야 이 놈, 보기보다 손이 빠르구나!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는 옛말이 딱 들어맞았다.


  하지만 그는 좀 뭐랄까, 바보 같았다. 어릴 때부터 혼자 살아왔다면서, 우왕좌왕 안절부절 눈물도 많고 마음도 여리고. 그를 보호한 것은 가문의 여자들이었다. 꼭 남자가 여자를 보호하라는 법은 없고, 여자는 반드시 남자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규칙도 없지만, 그렇게 믿음직스럽게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니까. 거기다 내 남자 친구도 아니고 내 남편도 아닌데…….


  그나저나 긴다이치 코스케, 나쁜 사람! 사건이 다 해결된 다음에 한다는 말이 ‘저는 처음부터 범인을 알고 있었어요.’라니! 


  와, 그 대목을 읽는 순간 진짜 옆에 있었다면 패주고 싶었다. 그럼 처음부터 제대로 수사를 해서 잡을 것이지 왜 그 많은 사람들이 죽게 내버려뒀는지. 알고 있었으면 미행이라든지 철저히 조사를 해서 범죄를 예방해야 하는 거 아닌가? 직무 유기로 잡아넣어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화가 났다.


  엘러리 퀸이나 포와로는 마지막 살인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확신을 하지 못했다고 고백을 하곤 한다. 그런데 긴다이치 코스케는 누군지 뻔히 알고 있었다고 얘기한다. 그래놓고 사람들을 그렇게 다 죽이게 내버려두다니. 허세라고 믿고 싶다. 그냥 척해보는 것이라 생각하련다. 안 그러면 너무 실망이니까. 


  범인의 동기나 수법, 글의 전개, 사람들의 심리 등등이 다 좋았는데, 탐정의 저 말이 나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그런데 글을 다 읽고 나서 어쩐지 퀸의 ‘Y의 비극’이 떠올랐다. 범죄를 계획만 한 이와 실행한 이가 다르다는 부분에서 그랬다. 그리고 실행한 이가……. 아차, 이거 스포일러이려나? 그럼 감상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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