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 Bride Of Chucky, 1998
감독 - 우인태
출연 - 제니퍼 틸리, 브래드 듀리프, 캐서린 헤이글, 닉 스테이블
감독 우인태는 ‘백발마녀전, 1993’, ‘프레디 vs 제이슨, 2003’을 만들었다. ‘백발마녀전’은 재미있었지만, ‘프레디 vs 제이슨’은
음……. 제이슨을 너무 멍청하게 만들어서 이 사람이 프레디의 광팬이 아닐까 의심했던 영화이다. 10년 사이에 연출실력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기에 몇 년 전에 전지현이 나왔던 ‘블러드, 2009’의 제작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이건 안 봤다.
그런데 이 감독이 나에게 인형극을 선물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 원래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인형이니까, 원래 인형극이라고 봐야할까?
그래도 지금까지는 처키 혼자만 말하고 웃고 움직였는데, 이번에는 하나가 더 늘었다. 바로 처키의 살아생전……. 잠깐만 지금도 살아있는데? 아,
이렇게 말하면 맞을 것 같다. 처키가 인간이었을 때 연인인 티파니까지 인형이 되어버린다.
결론은 인형 커플이 사람 죽이고 다니는 영화였다. 이젠 인형까지 커플로 놀다니! 이젠 인형도 뽀뽀를 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사랑싸움도 한다!
솔로들에게는 비수를 꽂는 영화다.
이제 처키는 앤디를 찾아 헤매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냥 아무나 잡아다가 몸에 들어가면 된다. 3편까지 이어지던 저주의 내용이 어느 순간
바뀌었다. 전에는 먼저 자기 이름을 알려준 존재의 몸에 들어가야 했는데 말이다.
영화는 위에서도 말했듯이 인형극이다. 커플 인형이 염장질을 하면서 사람 죽이고 다니는 인형극. 게다가 마니아 층이 존재하는 리빙데드
돌(Living Dead Doll)의 컨셉을 취하고 있다. 처키는 티파니가 어설픈 솜씨로 꿰멘 덕분에 얼굴에 흉터가 길게 생기면서, 인상적이
되었다. 그 때문에 리빙데드 돌 계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영화는 무섭다기보다는 우스웠다. 인간 티파니와 인형 티파니의 목소리를 맡은 여배우의 코맹맹이 소리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 코를 풀어주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두 인형이 칼을 들고 아장아장 다니는 장면 역시 귀여웠다. 실제로 눈앞에 인형이 날 죽여 버리겠다고 칼을 들고 쫓아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영화에서는 별로였다.
생각해보니 진짜 그러면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그러면…….
그렇지만 영화는 재미있었다. 역시 현실과 영화는 많이 다르다. 티파니가 보고 있던 고전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신부'가 어쩐지 둘의 운명을
예고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랑의 도피를 하는 두 젊은 남녀의 얽히고설킨 오해도 웃겼다. 특히 처키와 티파니가 성행위를 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한참 섹스를 하다가 갑자기 콘돔(rubber)이 있냐고 묻는 티파니에게 난 몸 전체가 고무라고 대답하는 처키의 대화는 재기발랄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다음 편을 예고하고 있는데, 과연 볼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애인님은 시리즈인 작품들은 쭉 봐야한다고 주장하니까, 아마
보겠지. 별로 기대는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