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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 일반 킵케이스 - 아웃케이스 없음
정길영 감독, 류덕환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감독 - 정길영
출연 - 오만석, 이선균, 류덕환, 박명신
영화 '이웃 사람'을 보고 떠올라서 본 작품. 포스터를 보지 않았다면 더
재미있게 보았을 영화. 특히 포스터! 그냥 한 마을에 두 명의 살인자가 있었다는 것만 홍보해도 좋았을 텐데, 포스터에서 모든 것을 다 밝혀버려서
호기심이 반감된 상태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두 명의 살인범이 누구냐 내지는 정체가 밝혀진 한 놈이 다른 한 놈을 찾는 것이 중반부까지의 묘미인데, 포스터에서 저렇게 떡하니 드러내니 이건
뭐 할 말이 없다. 하긴 후반부에는 그들의 얽히고설킨 과거와 그것을 해결하려는 몸부림이 주를 차지하고 있으니, 그럭저럭
괜찮았다.
두 명의 친구, 두 명의 살인범, 한 명의 친구 그리고 악연이 맺은 현재. 영화를 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는 것이고,
과거의 기억이 좋건 싫건 현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아마 내가 실험실에서 방금 만들어낸 생명체가 아닌 이상, 과거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오이디푸스가 자기 눈을 찌른 것이겠지…….
이 영화에서도 그랬다. 잊은 줄 알았던 과거의 실수 내지는 행동이 발목을 붙잡고 놓지 않더니만, 결국 자신을 파멸로
이끌었다.
그래서 영화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문제는 과거 아역들이 누가 누군지, 어떤 사건이 누구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왜 하필이면 아역들을 비슷하게 생긴 애들을 뽑아서, 누가 누군지 헷갈린다. 절대로 내가 그런 쪽은 둔감해서 못 알아보는 것은 아니다!
제목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들이 원래 그렇게 타고났는지 아니면 커가면서 상황 때문에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모르지만, 저 동네는 그렇게 특별한
곳은 아니다. 그냥 평범하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곳이다. 내가 사는 곳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래서 우리 동네이다. 너와 내가 살고, 우리 모두가 사는 그 곳. 겉으로는 평화롭고 안면이 있는 사람들끼리는 인사도 하고 아이들이 같이 어울려
노는 바로 그 곳. 그래서 더 오싹하다.
골목에서 잡기 놀이를 하는 저 아이들 중의 하나가 나중에, 자정이 넘은 시간에 라면 끓이는 냄새로 언제나 날 괴롭히는 아래층 학생이, 가끔
엄마에게 대들면서 고함치는 뒷집 아가씨가 살인자일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어린 시절의 충격을 극복하고 세상에 도전장을 던지는 소년들의 성장기, 아니 그들의 비밀스런 살인 일기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세상이 그렇게 자기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비극이 발생하는 것이다. 영화도 그래서 진행이 되는 것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