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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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 Murder is Announced (1950년)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크리스티의 또 다른 탐정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이 책의 출판 연도가 1950년도지만, 이미 마플은 그 전인 1930년도 작품에서부터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해문 출판사에서는 그녀의 첫 등장이 좀 뒤에 나온다. 다시 한 번, 원래 출판 순서대로 책이 나오지 않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


  마을 신문에 이상한 광고가 실린다. 오후 여섯시, 한 집에서 살인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고였다. 호기심을 가진 마을 사람들이 그 집으로 모이고, 시간이 되자 사건이 발생한다. 집 주인이 빗나간 총에 맞고, 그녀를 공격한 청년이 죽어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자살이라고 하지만, 경찰은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한다. 그리고 미스 마플이 등장하여, 타살 설을 주장한다.


  1950년이니까, 2차 대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영국이 배경이다. 그래서 배급제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그리고 거의 모든 면에서 아끼면서 사는 생활상이 잘 드러나 있다. 석탄이나 옷 배급에 관한 얘기가 일상 대화에 등장하는 걸 보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그 때는 그랬구나. 요즘 한국 상황이 불안한데, 나중에 진짜 전쟁이 나면 저런 생활을 하게 될까? 아니면 더 비참하게 될까?


  하여간 그런 상황이니 돈이 절실했고, 그것을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 추측했다. 엄청난 돈을 받을 기회가 생겼는데, 자칫 잘못하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될 지경이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의 목숨을 그렇게 빼앗아도 되는 건 아니다. 그건 절대 아니라고 본다.


  어쩌면 이 책의 살인범은 너무도 소심하고 마음이 여려서, 지레짐작으로만 살인을 저지른 것 같다. 옛말에 ‘도둑이 제 발이 저리다’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혼자 전전긍긍하다가 억측을 하고 급기야는 살인까지 하고 만다. 만약 범인의 성격이 대범했다면, 그 사람들은 죽지 않았을까? 으음, 잘 모르겠다. 그런 성격이었다면 또 거기에 어울리는 살인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미스 마플은 노처녀 할머니다. 결혼을 하지 않고,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다. 유명한 작가인 조카와 사이가 좋다. 겉으로 보기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작은 할머니지만, 사건이 발생하면 엄청난 추리력을 보여준다. 연세가 있으셔서 많이 돌아다니는 건 못하고, 간단한 탐방이나 이야기를 들으며 단서를 모아서 조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 책에서도 사건이 발생한 저택을 방문하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


  나중에 그녀가 사건을 설명할 때, 앞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아, 이 부분을 놓쳤네.’라며 아쉬워했다. 분명히 읽은 부분인데! 역시 내 관찰력이나 추리력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어쩌면 범인을 찾아내겠다는 일념으로 깐깐하게 책을 읽는 게 아니라, 그냥 작가가 써놓은 대로 즐기면서 읽어서가 아닐까 하는 위로도 해본다. 그래, 그럴 것이야. 원래 작가들은 함정을 많이 파놓잖아. 난 그냥 책을 즐기고 싶었던 거야. 그런 거야. 뭔가 처량하다.


  이 책에서 미스 마플은 부정직한 눈에 대해서 얘기한다. 그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절대 눈을 돌리거나 깜박이지도 않는 그런 눈을 말하지요.” - p.97



  오타가 있었다. p.202 밑에서 세 번째 줄 크래독 경감의 대사 “우리는 사람들이 진신을 말해주기를 바랍니다.”에서 ‘진신’이 아니라, ‘진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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