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의 비극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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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ree-Act Tragedy (1935년)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은퇴한 유명 배우 찰스 경이 주최한 파티에서 시골 목사가 살해당한다. 독이 든 칵테일을 마신 것.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적이 없는 피해자였기에 사건은 흐지부지 미결로 남는다. 하지만 몇 개월 후, 이번에는 찰스 경의 친구이자 저명한 정신과 의사가 똑같은 방법으로 살해당한다. 친구의 죽음에 분노한 찰스 경. 그는 자신을 사모하는 아가씨 에그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기로 한다. 다른 친구들도 그를 돕기로 하는데, 거기에 포와로가 끼어든다.


  포와로가 나오는 장편이다. 아쉽게도 헤이스팅즈 대위는 나오지 않고, 대신 새터드웨이트라는 사람이 나온다. 하지만 그는 뭐라고 해야 할까, 헤이스팅즈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사람이다. 순수함은 덜하고, 훨씬 더 교묘하고 신중하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ABC 살인사건'때처럼 사건 관련자들이 팀을 이루어 자체적으로 수사를 하는 설정이 나온다. 그 당시에 이런 방식이 유행이었거나, 아니면 크리스티가 이런 형식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하긴 경찰이 아닌 일반인이 우연히 사건에 휘말려서 누명을 벗고 사건을 해결하는 전개는 추리 스릴러물에서 꽤나 자주 등장하기는 한다.


  이 책의 범인은 상당히 냉혹하다. 아무 관련도 없고 면식도 없는 사람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망설임 없이 독을 먹이고 죽는 과정을 관찰까지 할 정도다. 거기에 심리전에도 능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타인을 조종하기까지 한다. 또한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면만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믿도록 유도한다. 이건 뭐 완전 지능형 범죄자다. 이러면 면역이 없는 순진한 사람들은 그 자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기 마련이다.


  포와로만 빼고 말이다. 이 사랑스러운 명탐정이 처음부터 범인을 잡으면 좋으련만, 죽을 사람 다 죽고 나서야 살인자를 찾아낸다. 원한도 없는데 애꿎은 사람들만 그냥 죽어 나가는 거다.


  음, 갑자기 일본 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이 떠오른다. 그 만화는 거의 다 개인적인 복수가 동기라서, 범인에게 해를 끼친 사람들이 다 죽고 나서야 사건이 매듭지어진다. 범인의 입장에서는 복수를 다 하고 잡히는 것이니 속은 후련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는 원한을 산적도 없고, 심지어 얼굴도 못 본 사이인데도 살해당한다. 아, 화가 난다! 화가 난다! (개그 콘서트의 앵그리 성호 버전으로) 진짜 이 책의 범인은 진짜 나쁜 놈이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잘 하고, 매너 좋고, 얼굴 잘생기면 뭐하겠는가. 인간성이 바닥인데! 아니, 인간미만의 놈이다. 이하도 아니고, 미만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세대 차이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다루고 있다. 교회는 쓸어버려야한다고 생각하는 급진적인 청년까지 등장할 정도이다. 이 책이 나온 1935년도에 그런 사상이 유행이었나 보다.


  크리스티의 작품이 20년대부터 70년대까지 걸쳐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때는 전 세계가 아주 미친 듯이 빠르게 바뀌는 시간대였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책을 통해 접한다는 것은, 독서의 묘미 중 하나이다. 그런 의미에서 출판사에서 책을 출판 연도별로 순서를 정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마지막으로 포와로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평을 옮기면서 마무리하겠다. 역시 날카로운 새터드웨이트이다.


  "왜 그가 돌아온 거죠?"

  새터드웨이트가 일어섰다.

  "그렇다면, 개는 왜 사냥을 하러 다니는 걸까?" 하고 그가 되물었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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