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닝 X파일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9
크리스틴 부처 지음, 김영아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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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heat (2010년)

  작가 - 크리스틴 부처



  제목에 ‘X 파일’이 붙었다 해서, 컨닝에 대한 방법이나 비기 같은 것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결말을 읽고 ‘이게 뭐야?’라고 중얼거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로렐은 학교 신문사의 기자이다. 어느 날 학교 시험 시간에 컨닝을 하는 두 친구를 보고, 그에 대해 기사를 쓴다. 그리고 그녀는 학교의 왕따가 된다. 노숙자 실태를 적었던 기사로 학교의 찬사를 받았던 영웅이 한순간에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대규모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은 로렐. 상급생인 자매가 있는 친구를 통해 답안지 유출 판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하지만 잠입으로 밝혀낸 범인은 뜻밖에도 오빠의 가장 친한 친구! 거기에 오빠까지 관련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로렐은 고민에 빠진다.


  부정행위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옛 속담처럼,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허용해서는 안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 놈의 정이 뭔지, 정 때문에 사람들은 사사로이 선을 넘는다. 친구 따라 강남도 가는 것이고, 친구 따라 탱크를 몰고 사람들을 죽이고 대통령에까지 오를 수도 있는 것이다. 내 친구니까. 내 가족이니까, 내 지인의 지인이니까 조금만 봐주자. 이런 생각으로 사람들의 도덕적인 잣대는 마구 흔들린다.


  이 책에서도 그랬다. 로렐은 답안지 유출 사건에 오빠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서야, 왜 자신이 왕따를 당하는지 어렴풋이 깨닫는다.


  처음 컨닝에 대한 기사를 쓴 뒤에 모두가 엄청나게 나를 미워했다. 그때 나는 사실을 보도해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걸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쩌면 나한테 화가 난 아이들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사실만 보았지 사람은 보지 못했다. 이제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그것을 범죄가 아니라 우정 어린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p.107


  그 애들이 왜 컨닝을 했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어쩌면 시험을 못 보면 외출 금지를 당하거나 용돈이 끊기거나 등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책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로렐은 생각한다. 정 때문에 사사로이 넘길 수 있는 것을 자신의 공명심 때문에 크게 일을 만든 것이라고. 그녀의 오빠도 그렇게 말한다. ‘너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신경도 안 쓰지.’ 라고.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답안지를 사지 않은, 혼자 힘으로 정정당당하게 공부한 아이들의 성적은 누가 책임을 지는 걸까? 정당하게 사는 것이 불이익을 받는다면, 누가 바르게 살려고 할까? 부당한 것이 일상이 되는 세상이라면, 그건 이미 부당한 것이 아니게 될 수 있다. 그 부당함이 정당함이 되는 것이다.


  소설은 제보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끝이 난다. 아마 답안지를 사지 않은, 그래서 불이익을 받은 누군가일 것이라 짐작만 한다. 로렐은 여전히 왕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농구 선수로 몇몇 대학에서 입학 허가를 받은 오빠의 장래도 불확실해졌다. 오빠 친구는 강제 전학을 가야했고 말이다.


  이 책은 권선징악을 내세운다거나 억지 감동을 주지도 않았고 주인공은 무조건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끝맺음을 내지 않았다. 초등학생용이었다면 분명히 주인공이 행복하게 되는 걸로 끝나겠지만, 중고등학생용은 좀 다르다. 현실은 동화처럼 꼭 주인공이 잘 먹고 잘 사는 걸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냥 보여줄 뿐이었다. 이러이러한 일이 일상생활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있고, 네가 어떠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단다. 그런데 A처럼 하면 이런 반응이 오고, B처럼 하면 저런 반응이 올 수 있어. 그러니 어떻게 하겠니? 이런 식으로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면서 끝이 난다.


  진실도 때로는 우리를 다치게 할 때가 있다. 진실이란 이토록 무겁고 버거운 것이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모든 일이 좋아지기를 바라고 기다리는 것뿐이다. 오빠가 말한 것처럼, 두고 볼 수밖에. -p. 114


  로렐이 이 대사로 책은 끝이 난다. 선택은 책을 읽은 독자들의 몫이다. 부당하지만 내가 편하고 또 내 가족과 친구가 하니까 정 때문에 눈감아주고 편하게 살 것인지, 아니면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그것을 밝히는 삶을 살 것인지는.



  그런데 우리나라는 부당함에 가담해서 편하게 잘 먹고 잘 사는 어른들이 너무 많잖아? 그러니 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 안 될 거야, 이 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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