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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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Murder of Roger Ackroyd (1926년)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이번에는 헤이스팅즈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제임스 셰퍼드라는 마을 의사가 포와로와 함께 다니면서 사건을 기록한다. 그래서 ‘나’라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물론 ‘나’는 의사이다.


  한 여인이 사망한다. 남편을 살해했다고 의심을 받던 여인이었다. 그런데 그녀와 친하게 지내던 애크로이드마저 며칠 후 살해당한다. 죽기 바로 전, 그는 여인이 남긴 고백과도 같은 편지를 받았다. 남편을 살해한 것을 알았다고 협박하는 자에게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의사의 옆집에 신분을 숨기고 호박 재배를 하던 포와로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사실 그가 이 마을에 오게 된 배경에는 애크로이드의 배려가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사람들은 그의 정체를 몰라서, 이발사라고 생각했다. 그런 직업이 아니면 그의 독특한 수염을 기를 수가 없다고! 포와로의 자랑거리 중의 하나인 수염이 그렇게 인식되다니. 그가 모르길 다행이다.


  관련인들의 행적이 모두 다 의심스러운 가운데, 포와로는 뜬금없어 보이는 질문과 행동으로 사람들의 허점을 찌르며 조사를 시작한다. 그의 의붓아들은 행방이 묘연하고, 그의 조카딸은 뭔가 숨기고 있고, 하녀도 수상하고, 친구라는 소령도 이상하고, 집사도 미심쩍고……. 포와로 빼고 다 의심이 간다. 


  의사의 누나인 캐롤라인을 보면서, 크리스티의 또 다른 명탐정 미스 마플이 떠올랐다. 동네에 떠도는 모든 소문들을 다 알고 있으며 참견하기 좋아하는, 상상력도 풍부하고 사람에 대한 관찰력도 좋은 노처녀. 하지만 그녀는 너무 호기심이 많았고 수다스러웠다. 그런 그녀를 바탕으로 미스 마플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좀 더 진중하고 사려 깊은 성격을 더해서 말이다.


  범인의 정체는 그야말로 충격과 경악이다. ‘이건 사기야!’라고 할 수도 있다. 중간에 작가가 힌트를 줬다던데, 난 바보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난 정녕 바보란 말인가. 포와로의 활약에 넋이 나가서 그냥 ‘헤-’하고 읽고만 있으니……. 열성팬은 이래서 문제인 것 같다. 눈에 콩깍지가 씌어 그냥 ‘포와로 좋아~~’하고만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 왜 사람이 말하는 대사 부분에 괄호가 있는 걸까?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는 걸까? 그러면 설명 부분 중간에 들어가는 괄호는 뭘까?


  “나는 박사님이 포와로 씨에게 이미 얘기했을 거라고(설명 말이에요) 생각했어요.……중략……그렇지만 박사님도 모르실 거예요(아무도 몰라요)” -p.164

  두 목소리는(하나는 거칠고 상스러우며, 다른 하나는 애처로운 목소리지만) 음질이 묘하게도 똑같았다. -p.232


  읽으면서 계속 거슬렸다. 내용은 참 좋았는데, 괄호가 글에 집중을 방해했다. 내가 너무 예민하고 까칠한가?


  그나저나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 왜 하필 그 때 그 곳에 포와로가 정체를 숨기고 호박을 길러보겠다고 이사를 왔을까? 그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범인은 살인을 꿈꾸지 않았을 텐데, 아, 어쩌면 포와로를 먼저 죽이겠다고 했으려나? 역시 그는 살인을 몰고 다니는 저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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