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와일러의 편집광
윌리엄 와일러 감독, 모나 워시본 외 출연 / 와이드미디어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원제 - The Collector, 1965

  감독 - 윌리엄 와일러

  출연 - 테렌스 스탬프, 사만다 에가, 모나 워시부른, 모리스 달리모어



  짝사랑하는 여자를 납치 감금 조교하는 내용의 시초라 볼 수 있는 영화. (아마도 그럴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본 영화중에서는 그렇다.) ‘벤허’를 만든 감독이 이런 소재를 다뤘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랐다. 하지만 같은 재료로 누가 요리 하냐에 따라 맛이 결정되듯이 이 영화, 비슷한 소재를 다룬 다른 영화와 무척 달랐다. 특히 일본에서 만들어진 비슷한 소재의 영화와 비교하면, 접근법이나 심리 묘사 등등 수준이 달랐다. 그건 보다가 눈만 버렸다.


  나비를 수집하던 프레디는 어느 날 미란다라는 여자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린다. 그리고 결심한다. 저 여자를 내 수집품으로 내 것으로 하겠어! 마침내 그는 그녀를 납치해서 인적이 드문 집 지하실에 가둔다. 그리고 수집한 나비를 정성스럽게 대하듯이 그녀를 소중하게 다룬다. 미술학도인 그녀를 위해 그림 도구를 준비해오고 맛난 음식을 예쁜 접시에 담아서 주고 옷도 잘 입히고. 마치 일 년 내내 기도한 끝에 산타 할아버지에게서 최신 바비 인형을 받은 아이처럼 말이다. 과연 미란다는 그의 마음을 받아줄 것인가 아니면 거절할 것인가?


  시간이 흐를수록 소심하고 내성적이던 프레디는 점점 변해간다. 집착과 환상이 심해지더니 급기야는 모든 것을 자기 합리화시켜버리는 것이다. 그의 비뚤어진 독점욕과 망상은 다소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난 이제 나비는 안 모아. 여자를 모을 거야.’라는 그의 속마음이 드러난 마지막 장면! 아, 미친 놈은 매가 약이라더니, 옆에 있으면 패주고 싶을 정도였다.


  으음, 사실 그가 준비한 음식이 맛있어 보이고, 식기 세트도 괜찮아 보였고 옷도 상당히 신경 써서 골라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다니! 놀고먹고 싶은 사람은 참 좋아할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딱 나라는 건 아니다. 물론 뭐, 내 꿈이 놀고먹으면서 책 읽는 삶이긴 하지만…….


  하지만 놀고먹는 대신 자유가 억압당한다면, 마음에도 없는 사람을 좋아해야한다면 거절하겠다. 그건 사육당하는 가축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난 인간이다, 가축이 아니고. 날 좋아해주는 건 고맙지만, 날 억압하고 가둬두려고 한다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이고.


  영화를 다 본 인상은 깔끔하다는 것이었다. 두 남녀의 심리 변화가 중점이었고, 어떻게 평범소심한 사람의 집착이 광기로 변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소심하던 남자가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온갖 실수를 행하다가, 결국은 미쳐버리는 과정은 역시 인간은 무섭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과 자유를 위해 끝까지 버티는 여주인공의 집념 역시 참으로 눈물겨웠다. 음, 그래서 두 주연 배우가 이 영화로 칸느 영화제에서 주연상을 탔나보다.


  반면에 일본 것은 그냥 남자의 여자 성추행 장면과 여자가 굴복하어 섹스를 나누는 장면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다. 그러니까 몇몇 남자들의 성적 판타지라고 할까? 그냥 여자 하나 잡아다가 잘해주면 마음을 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를 하고 있다. 미친 거다.


  그 놈의 스톡홀롬 신드롬이 애들 여럿 망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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