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를 향하여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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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owards Zero (1944년)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이번 소설에는 포와로도 미스 마플도 나오지 않는다. 배틀 총경이라는 사람이 나오는데, 다른 작품에도 가끔 나오는 모양이다. 책을 보면, 포와로와 친분이 있는 것 같은 설명이 나온다. 그렇구나, 기억해두고 그의 활약을 기대해봐야겠다.

 

  제목이 ‘0시를 향하여’인데, 흐음……. 책을 찬찬히 읽어보면 그냥 시간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원제도 zero라고 하니, 뭐라고 해야 할까? 모든 일의 시작점 내지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 마지막을 뜻한다고 이해해도 될까?

 

  유명한 운동선수인 네빌. 그는 지금의 아내와 이혼한 아내 두 사람이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독특하고 소박한 소망을 갖고, 두 사람과 같이 숙모의 집에 여름휴가를 보내러 온다. 그런데 역시 그곳에 휴가를 지내러 온 노인이 심장마비로 죽고, 뒤이어 숙모마저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설상가상으로 모든 증거가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는데…….

 

  사람의 원한이란 참으로 개인적이면서 무시무시하다는 걸 느꼈다. 살인마가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낸 사람을 용서할 수 없었기에, 남들이 보기에는 뭐 그런 걸로 그러냐고 말할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살인마에게는 심각한 일이었기에, 상대를 죽이기 위해 이중 삼중의 함정을 파놓는다. 정말로 치밀하고 꼼꼼했다.

 

  그런 침착함과 꼼꼼함과 대담함 그리고 치밀함을 다른 곳에다 발휘했으면 엄청난 성공을 거뒀을 거 같다. 차라리 생산적인 일에 쏟을 것이지 왜 쓸데없이 복수하기 위해 세 명이나 죽이려는 건지…….

 

  하지만 사람마다 자존심의 높이는 다르고, 상처받는 부위도 다르고, 그 깊이도 다르니까 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난 바늘이라고 생각한 말이 상대방에게는 전봇대일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살인을 하는 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부득이한 경우라면 정상 참작을 해주겠지만, 이 책에서는 그렇게 부득이하다거나 급박하다거나 하는 일은 아니었다. 내 판단에서는 그냥 미친 사람의 집착이 불러일으킨 사건이었다.

 

  결말에서는 로맨틱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작가가 커플이어서 그런지, 거의 모든 싱글 남자와 여자들을 맺어주는 분위기였다. 범인만 빼고. 아아, 낭만적이야!

 

  이 책의 교훈이라고 한다면, ‘서류 작성을 할 때는 꼼꼼히 살펴보자’였다. 이 책에서 유언장 조항이 ‘유산이 네빌과 그의 아내에게 상속된다.’라고 나오는데, 사람들은 당연히 현재 아내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항을 살펴보면 그 당시의 아내, 그러니까 전 아내에게도 공동 상속이 된다고 나온다. 역시 계약서 쓸 때는 조항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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