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트 특급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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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우와앙, 내가 좋아하는 탐정 중의 한 사람인 포와로가 등장하는 책이다. 이 이야기는 너무 마음에 들어서 영화로 만들어진 것도 봤고, BBC 드라마로 제작된 것까지 찾아볼 정도이다. 앞서 리뷰를 적었던 시리즈 1권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어떻게 보면 많이 닮아있으면서 또 다르다.

 

  이 책은 1934년도에 출판되었다. 그래서 어떤 부분에서는 지금과 많이 다른 면을 보인다. 하지만 그 시대에는 가장 세련된 작품이었을 것이다. 예전 흑백 영화 시절의 그 어설픈 CG를 가끔은 못 견디는 경우가 있다. 저기 훤히 보이는 와이어라든지 가짜라는 게 티가 나는 그런 것들. 물론 요즘의 CG로 범벅이 된 영화보다 훨씬 나은 작품들도 있지만 말이다. 앞선 시대의 작품들은 요즘은 어떻다고 따지기보다는, 그냥 그 시대에 내가 산다고 생각하면서 접하는 게 제일 괜찮은 관람 방법인 것 같다.

 

  사건을 해결하고 돌아가는 포와로. 오리에트 특급 열차를 타야할 일이 생겼다. 그곳에서 만난 한 남자가 그에게 사건을 의뢰하지만, 포와로는 거절한다. 그런데 바로 그 남자가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쌓인 눈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는 기차 안에서 말이다! 도대체 그는 왜 죽어야했고, 누가 그를 그렇게 잔인하게 죽였을까? 그와 같은 차량을 쓰는 다른 여행객들 중에 범인이 있는 것일까? 포와로는 그들과의 인터뷰와 여러 정황을 파악하면서, 사건의 진상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는 모든 사람이 다 죽어나가서 범인이 누군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면, 이 책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서는 모든 사람이 의심스러운데 서로 우연히도 알리바이를 다 증명해주고 있는 사태가 벌어진다. 여기서 처음 봤다는 사람들이! 아주 공교롭게도 빈틈없이! 서로의 알리바이를!

 

  100% 완벽한 것은 자기 자신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포와로이기에, 차근차근 모든 것에 의심을 품고 실마리를 찾아간다. 모든 것을 의심하는 그의 자세는, 누가 말했는지 모르지만 꽤나 인상이 깊었던 말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의심을 하나씩 지우다보면 마지막 한 개가 남는데, 그게 바로 답이다.’ 아마 이런 말이었을 것이다.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괜찮은 문구가 있으면 나중에 써먹게.

 

  이 책 역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처럼 법이 심판하지 못하는 범죄자를 개인이 처벌하는 것이 옳은 지 묻고 있다. 한 가족, 아니 그와 관련된 여러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었지만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간 악독한 살인자. 그 때문에 고통과 슬픔에 잠겨 살던 나에게 그를 처단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도 완전범죄로?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법이 어쩌지 못하는 나쁜 놈을 처벌할 기회가 나에게 주어진다면, 내 소중한 사람을 앗아가 놓고 죄책감 없이 뻔뻔스럽게 잘 살고 있는 사람에게 단죄할 여건이 된다면, 난 어떻게 할까? 죄는 미워하되 인간을 미워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 인간이 죄를 저질렀는데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인간이 나중에 사회 관리를 위해 만들어낸 죄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당연히 해서 안 되는 죄를 저지른 자라면?

 

  영화와 BBC 드라마 판에서는 살인자를 죽인 사람이 약간의 망설임과 죄책감을 보인다. 끝부분에서 포와로가 그를 고발할까 말까 고민하는 동안, 그 사람의 눈동자와 얼굴에서는 불안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드라마 판이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 소설에서는 처벌을 받을 각오로 당당했던 걸로 나오는데.

 

  어쩌면 그 사람도 평생 누군가를 죽였다는 죄책감을 갖고 살아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통쾌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걸 다 감안하고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으로 살인을 저질렀을 것이다. 누군가를 죽인다는 건, 보통 마음가짐으로는 되지 않으니까. 묻지마 살인은 빼고. 내가 말하는 것은 계획을 세워 죽이는 것을 뜻한다.

 

  어떻게 보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행한 일이다. 그건 즉 그 사람이 누군가에게서 너무도 큰 상처를 받았고, 치유될 수 없었다는 걸 의미하니까.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이 지인이건 처음 보는 사람이건 말이다. 그러니까 남에게 피해주지 말고 살아야한다. 개념이 없어서였건 의식을 못해서였건, 그건 변명이 되지 않는다. 아, 그래서 요즘 힐링이 유행인가보다.

 

  이 책이 나온 지 거의 80년이 지나가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지금도 영화, 소설 그리고 드라마에서는 법이 어쩌지 못하는 범죄자를 처단하는 소재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는 말은, 그 때나 지금이나 사회는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뜻일까?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매스터맨이라는 남자가 50대 중반은 확실히 넘은, 나이 지긋한 중년으로 나온다. 그런데 소설에서는 39살밖에 안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그 시대는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39살과 50대는 좀 차이가 나지 않을까? 도대체 어디서 뭐가 어긋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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