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2disc) - 일반판
이규만 감독, 김명민 외 출연 / 엔터원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감독 - 이규만

  출연 - 김명민, 유준상, 김태우, 정유석



  한 시간이 넘어가니 몸이 비비 꼬였고, 2시간 가까이 되니 짜증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난 아직도 영화 ‘타이타닉’과 ‘반지의 제왕’ 그리고 ‘킹콩’의 3시간 남짓한 고문 시간, 아니 상영 시간을 잊을 수 없다. 얼마나 지루하고 짜증이 나던지, 킹콩이 여주인공과 공원에서 나름 종족을 초월한 로맨틱한 연애질을 하는 것을 보고 '빨리 죽어!'라고 중얼거렸고, 타이타닉은 '왜 빨리 안 가라앉지?' 라며 시계만 볼 정도였다.


  그런 나에게 이 영화의 상영 시간 역시 고문이었다. 보면서 '빨리 죽일 놈은 죽이고 끝내라.' 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이건 빨리 넘어가도 되는 부분이고, 여긴 설명이 부족하고 어쩌고저쩌고 중얼거리면서 보았다. 그래도 집에서 보았기에, 중간에 멈춰두고 딴 짓을 할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었다. 


  그래, 이건 뭐 내 지랄 맞은 성격의 문제일 것이다. 모든 사건이 45분 안에 다 해결을 봐야하는 초스피디한 미드만 보았더니, 그런 것에 익숙해진 탓일 것이다.


  영화는 나쁘지도 그렇다고 좋지도 않았다. 그냥 유준상은 미친 놈 같았고, 김명민은 잘 울었고, 김태우는 매번 그런 분위기의 역만 맡는 것 같았고, 정유석은 존재감이 없었으며, 김유미는 예뻤다 정도?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범인이 누구라는 게 너무 일찍 밝혀졌다는 것이다. 아, 진짜 이건 너무했다. 세상에나 반도 지나기 전에 범인이 누구라는 것이 뻔히 보이다니. 어쩌면 그래서 지루하고 짜증이 났을지도 모른다.


  처음에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범인으로 몰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런 분위기로 몰아가면, 아마 저 사람이 범인이구만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짜 그랬었다. 이런, 제길! 미스터리 스릴러의 기본은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런 아슬아슬한 분위기이건만! 이 영화, 후반에 가면서는 눈에 띄게 그 힘을 잃었다.


  범인이 주절거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고, 눈앞에 둔 복수의 기회를 놓쳐버렸다. 아니 죽이려면 그냥 죽이지 왜 주절거리다가 반격을 당해? 바보 아냐?


  게다가 극 후반에 등장한 '봐, 불쌍하지? 그렇지? 그러니까 범인에게 동정심을 좀 줘봐!' 라는 감독의 의도가 분명히 보이는 편집은……. 동정심보다는 '그래서 어쩔? 그래봤자 미친놈은 미친놈이잖아?' 이라는 반문만 나올 뿐이었다. 차라리 중간에 범인이 과거의 기억 때문에 고통 받는 모습을 조금이나마 보여줬더라면 조금은 불쌍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사실 중간에 쫌 보여주긴 하는데, 고통 받는 모습이라기보다는 미친 짓하는 걸로만 보였었다. 


  극 중에서 최면 의사와 마취 의사는 처음부터 미묘한 관계로 나온다. 술김에 벌인 최면 놀이 때문이었다. 마취 의사가 벌칙으로 최면에 걸리고, 그 이후 둘 사이에는 뭔가 알 수 없는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그렇다고 BL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나중에 최면 의사가 말하길, 마취 의사가 문제의 소년일 수 있다고 넌지시 언급한다. 주인공은 그의 말을 믿고, 마취 의사가 범인이라 단정 짓고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내가 범인이라면 말이다. 나에게 최면을 걸었던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그가 뭔가 달라졌다. 내가 뭔가 이상한 것을 말했을까? 내 비밀을 털어놓았나? 이런 의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둘 사이가 껄끄러웠다고 영화에서는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 내가 살인을 하려고 하는데, 제일 먼저 죽여야 할 존재가 누굴까? 내가 복수할 상대? 아니다. 내 비밀을 알고 있는, 그러면서 믿을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러니까 마취 의사가 범인이라면, 최면 의사를 제일 먼저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반전은, 후우……. 이 부분만 어떻게 잘 했어도 훨씬 더 재미있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이 부분이 제일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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