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 - 고전의 재창조
김기영 감독, 김진규 외 출연 / 덕슨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감독 - 김기영

  출연 - 김진규, 주증녀, 이은심, 엄앵란, 안성기


  포스터를 보자마자 뭔가 스릴러 같다는 기운이 느껴졌다. 거기다 제목은 ‘하녀’! 오오, 설마 이것은 하녀와 주인님 그리고 주인마님의 삼각관계! 잠깐만 그러면 안성기씨는? 엄앵란씨는? 그러면 5각 관계? 설마 1960년대, 그것도 한국에서 그런 구도가? 순간 당황했다. 이런 앞서나가는 영화라니! 그렇지만 실망스럽게도 안성기씨는 통통한 볼을 가진 주인집의 귀여운 어린 아들로 나온다.


  공장에서 여직원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피아노 레슨이 직업인 선생님. 병약한 부인, 다리가 불편한 딸 그리고 개구쟁이 아들. 이 네 식구가 사는 집에 하녀가 하나 들어온다. 공장에서 추천을 받은 여자로, 몸이 아픈 부인을 대신해서 집안일을 하기 위해 고용한 것이다. 선생님은 무척이나 인기가 많은 남자이다. 공장의 여직원들에게서는 인기 만점으로, 엄앵란도 그를 흠모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그녀가 하녀로 추천한 사람이 바로 이은심.


  이미 자신에게 러브레터를 보낸 여직원을 퇴사하게 한 전적이 있는 남주인공. 어느 날 그 여직원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괴로워하다가, 하녀인 이은심과 그만 관계를 갖는다. 그것도 하필 비 오는 날에. 그리고 그 날 이후, 그녀는 그를 ‘여보’ 라고 부르며 부인 행세를 한다. 설상가상으로 남주인공의 아기를 가졌다는 충격적인 고백까지. 그 때부터 적대감과 살기를 품은 사람들의 묘한 동거가 시작되는데…….


  영화 내내 나오는 곳은 주인공의 집이다. 1층은 부인의 공간이고 2층은 하녀의 공간,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것은 계단과 피아노 소리였다. 특히 계단은 의미심장한 곳이었다. 이 집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곳이 바로 계단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양립할 수 없는 두 세계를 보여주는 1층과 2층의 유일한 통로이다. 양립할 수 없었기에 사고가 생기는 것일까?


  보는 내내 부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식을 위해서라지만, 그녀의 행동은 비굴할 정도였다. ‘머리끄덩이라도 잡고 싸워야지, 이 아줌마야! 한복 곱게 차려입고 재봉질이나 하고 있을 때야? 교양 예의범절 따위는 내팽개치라고! 이런 상황에서 고고해봤자 무슨 소용이야!’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렇지만 뭐, 1960년대니까 지금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여자도 경제적인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말에 공감했다. 이혼하고 나면 애들과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니, 남편이 첩질을 하건 하녀가 주인마님 행세를 하건 꾹 참아야 하니 말이다. 


  남주인공도 뭐. 이런 스토리의 영화에서는 당연히 욕을 먹기 마련이다. 부인이 아파서 그동안 쌓인 것이 많았나? 그래서 젊은 여자가 옷 훌렁 벗고 달려드니까 아주 그냥……. 감당하지도 못할 일을 해놓고는, 일처리도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이 참으로 한심했다. 그러니까 사고치기 전에 생각을 다시 해봤어야지. 할 때는 좋았겠지. 욕만 나왔다.


  하녀는 그냥 무서웠다. 눈만 뜨고 있어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녀가 진정으로 그를 사랑했는지, 아니면 후처자리라도 꿰차서 팔자 고치려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냥 하룻밤 꿈으로 끝내고 싶었는데, 남자 하는 꼬락서니가 괘씸해서 더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애들만 불쌍했다. 특히 어린 아들.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예전 영화를 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목소리 톤이 참으로 낯설다. 그래서 진지하게 몰입해서 봐야하는 그런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픽'하고 나올 때가 있어서 참으로 난감하다. 이 영화도 그랬다. 아직 내공이 모자란 듯하다.영화가 좀 길었다. 앞부분과 중간에 조금씩 압축해도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살포시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이 좀……. 이건 뭐지?하는 기분이 들었다.



  ps. 메이드라는 존재에 대해 이상한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으로 보는 그런 베이글녀에 앞치마한 메이드가 아니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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