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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정범식 감독, 김보경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감독 - 정범식, 정식
출연 - 김보경, 김태우, 진구, 이동규
아, 어쩌면 이렇게 슬프고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일까!
기담을 다 본 뒤에 느낀 감상이었다. 호러라고 해서 봤건만, 이 영화 알고 보니 러브 스토리였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랑 때문이었다.
물론 무섭고 놀라운 장면도 있었고, 가슴이 약간은 서늘해지는 내용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분명히 호러였다. 그러나 영상은 아름다웠고, 배경에 깔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 서술과 묘사는 무심코 이 영화가 호러 장르라는 것을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3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영화는, 각각의 이야기에 다른 매력을 부여했다. 그 개성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각각의 매력을 뽑아보자면, 첫 에피소드는 ‘영상’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딱 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도저히 호러 영화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는 잔잔하고 화면은 평온했다. 그 중에서 특히 검색을 해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방 안에서 두 남녀가 마주보고 앉아 있는 장면은 그야말로 아름답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두 번째 ‘호러’였다. 3개의 이야기 중에서 제일 호러적인 면이 강했다. 교통사고에서 혼자 살아남은 어린 소녀. 그녀 앞에 나타나는 엄마와 새아빠의 일그러진 모습들. 특히 엄마 귀신은 진짜 무서웠다. 게다가 어린 소녀를 연기한 아역 배우의 연기도 무척이나 실감났다.
마지막은 ‘반전’, 그러니까 스토리였다. 반전에 반전을 주던 마지막 부분. 으음, 김태우씨가 의외로 어울린다는 느낌이었다. 아, 그렇구나. 그런 거였구나. 마지막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쩐지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눈이 시리도록 밝게 빛나는 빛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차갑다는 기분이 들었던 에피소드였다.
그동안 하이틴 슬래셔나 묻지마 살인물 내지는 좀비물만 보았는데,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 영화였다. 그렇지만 역시 뭔가 부족하다는 인상이었다. 그건 분명 지금까지 보아왔던 내 스타일의 영화가 아니었던 낯섦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어쩌면 너무 차분하고 평온한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이게 호러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헷갈릴 정도로 잔잔했다. 물론 그러다가 소용돌이가 몰아치듯이 후다닥 이끌어가는 영화도 있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그냥 잔잔하면 잔잔한 대로, 평온하면 평온한 대로 그렇게 흘러갔다. 그래서 어딘지 싱겁다는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골라먹는 맛이 3개나 있으면 그 중에 하나는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니, 이 영화도 그런 의미로는 그럭저럭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