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종자
머빈 르로이 감독, 낸시 켈리 외 출연 / 클레버컴퍼니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 - The Bad Seed, 1956

  감독 - 머빈 르로이

  출연 - 낸시 켈리, 패티 맥코맥, 헨리 존스, 아이린 헤커트, 이블린 바든

  원작 - 윌리엄 마치의 소설 ‘The Bad Seed’

 

 

  로다는 어떻게 하면 어른들이 자신을 귀여워해줄 지 잘아는 영특한 소녀이면서, 동시에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용납을 못하는 공주병 기질이 보이는 소녀였다. 군인인 아버지와 자상하고 똑똑한 엄마 크리스틴의 사랑과 위층에 사는 모니카 아줌마의 편애까지 독차지하고 있다. 물론 그런 그녀를 시니컬하게 비꼬는 리로이라는 일꾼이 한 명 있기는 하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피크닉을 간 날, 한 남자 아이가 물에 빠져는 일이 벌어진다. 공교롭게도 로다를 제치고 경필 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클로드였다. 친구가 죽었다지만, 로다는 전혀 슬퍼하는 기색이 없다. 그가 죽은 것보다 자신이 금메달을 못 받은 사실에 화를 낼 뿐이다. 그 사고로 소풍이 취소되고 점심도 못 먹은 게 안타까울 뿐이다.

 

  이후 페른 선생의 방문은 크리스틴을 더욱 더 불안하게 만든다. 로다와 죽은 클로드와 같이 있었던 마지막 아이라는 것. 거기에 그녀가 그를 물가로 쫓아가면 때렸다는 얘기까지 들리자, 크리스틴의 불안감은 극에 달한다.

 

  딸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엄마.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 그녀는 딸을 보호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모든 일은 그녀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일꾼인 리로이가 우연히 그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의 방문으로 알게 된 크리스틴의 출생의 비밀. 아버지가 손녀인 로다를 바라보는 표정에서 그녀는 모든 사실을 깨닫고 경악한다.

 

  두 시간이 조금 넘는 상영 시간에 등장인물도 10명 남짓, 배경도 크리스틴의 집과 마당, 그리고 딱 세 번 등장한 부두가 전부였다. 하지만 공간이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확실히 드러나 있어서, 지루하다는 인상도 받지 않았다.

 

  인간의 악한 심성은 유전이 되는지 아니면 후천적으로 생겨나는 것인지 생각하게 한 영화였다. 로다는 요즘 말로 하면 반사회적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일 것이다. 그것이 유전인지 아니면 자라면서 생겨나는 것인지 연구된 바는 없다고 들었다. 그녀에게는 그것이 범죄인지 아닌지 잘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단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내지는 뭔가 갖고 싶은 마음에 그런 일을 저질렀다.

 

  물론 나중에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인지한다. 엄마를 껴안으면서 ‘그들이 날 해치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한 것으로 보아, 자신이 잘못한 것은 아는 모양이다. 물론 얼마나 심각한지는 모르는 상태였다. 그냥 그런 식으로 말하면 용서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흘릴 얼굴이었다가, 1초도 지나지 않아 생글생글 웃으면서 ‘난 세상에서 제일 멋진 엄마를 가졌어요.’라면서 엄마를 달래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끼쳤다. 사람을 죽게 만들어 놓고 비명 소리가 시끄럽다고 피아노 연주를 하는 부분에서도 몸이 저절로 떨렸다.

 

  엄마가 자기가 낳은 딸을 무서워하고 공포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나 같아도 그랬을 것이다. ‘내 여덟 살 난 딸이 사람을 죽였어요!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에요!’ 이래봤자 누가 믿겠는가? 로다는 그녀를 만난 사람들은 누구나 다 반해버리는 멋진 미소를 가진 금발의 미소녀인데.

 

  영화에서 두 명의 범죄학자들이 토론을 벌인다. 아이들의 범죄는 과연 유전적인가 아니면 환경의 요인 때문인가 하는 주제였다.

 

  “만약에 태어나면서 앞을 보지 못하는 애가 있다면, 그 애는 아무리 보는 훈련을 해도 볼 수 없을 겁니다.”

 

  선천적으로 죄책감이나 후회 내지는 옳고 그름의 분별을 모르는 애들은, 아무리 좋은 집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아도 안 된다는 말이었다. 요즘에 종종 들을 수 있는 사이코패스에 관한 설명이다. 하아, 미국은 벌써 1950년대부터 사이코패스가 문제였구나. 우리는 몇 년 전부터 난리인데…….

 

  영화는 결말에서 생뚱맞게 끝나버렸다. 마치 계속 이기다가 마지막 한 수를 잘못 뒤서 막판 뒤집기를 허용한 바둑 경기 같았다. 그 당시는 권선징악에 나름 해피엔딩인 결말을 좋아하는 분위기였기에, 소설과는 조금 다르다고 들었다. 그래서 원작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