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살인마 - [초특가판]
토비 후퍼 감독, 마릴린 번스 외 출연 / 리스비젼 엔터테인먼트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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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Texas Chainsaw Massacre. 1974

  감독 - 토브 후퍼

  출연 - 마릴린 번즈, 알렌 댄지거, 폴 A. 파테인, 윌리엄 베일



  ‘살인마 가족’이나 ‘힐즈 아이즈’, ‘데드 캠프’ 같은 영화들의 시조격인 영화일 것이다. 1974년 이 영화가 등장한 이후, 위에 언급한 아류작들이 탈곡기에서 낟알 쏟아지듯이 우수수 쏟아졌으니까.


  그러니까 어떤 부류냐면, 철부지 젊은 아이들이 차를 타고 낯선 곳을 ‘룰루랄라~’돌아다니다가 기름 떨어지고, 해는 저물고 길은 잃었고. 그래서 그냥 저 멀리 보이는 외딴 집에 들어간다. 가끔 변형을 줘서 외딴 집이 아니라 지하 땅굴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곳의 주인은 미친놈이라, 그들을 잡아 죽이려고 한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도망치고 비명 지르고 고문당하고 죽을 놈은 죽고 살 놈은 사는 그런 내용이다. 참, 꼭 커플이 등장해서 므흣한 장면을 한두 컷 정도 연출한다. 그래서 여배우들의 몸매는 참으로 착하다.


  포스터를 보면 알겠지만, 전기톱을 들고 정육점 아저씨들이 입는 가죽 앞치마를 하고, 얼굴에 가면을 쓴 인물이 살인마다. 이른바 레더 페이스-Leather Face 한국어로 바꾸면 가죽 면상-라 불린다. 어째서인지 본 얼굴은 숨기고 지가 죽인 아이들의 얼굴 가죽을 벗겨서 뒤집어쓰고 나온다. 어쩌면 자기 원래 얼굴에 혐오를 느낀다거나 하는 그런 정신병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 어쩌면 성형에 실패했을지도……. 하지만 그렇게 넉넉한 집은 아닌 것 같다.


  하여간 이 영화 초반 30분은 덜떨어져보이는 미친놈이 하나 나왔다 사라지면서 살짝 분위기를 돋우고, 아무 것도 모르는 주인공 일행이 그냥 희희낙락하면서 길가는 내용이다. 그러다 기름이 떨어져서 들른 주유소에 기름이 없다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한다. 기름을 구하려고 인근 집으로 들어간 일행.


  그 때부터 악몽의 시작이었다. 레더 페이스는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와서 애들을 잡아간다. 설상가상으로 기껏 도망쳐서 구조를 요청했더니만 나쁜 놈과 한 패. 그들에게 억지로 끌려간 집에서는 기괴한 일이 벌어지는데…….


  피가 마구 튀긴다거나, 고막이 터져나가라 비명을 지르진 않았다. 물론 레더 페이스가 전기톱을 휘두를 때 피가 좀 튀기긴 한다. 하지만 여주인공의 눈을 클로즈업해서 핏줄이 선 것이라던가, 식은땀을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다양한 뼈로 만들어진 집안의 많은 인테리어 소품들을 통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측하게 한다.


  후반에 전기톱을 휘두르며 레더 페이스가 다가오는 장면에서는 왠지 모를 집념과 한이 느껴졌다. 그런데 왜 일까? 은근과 끈기, 집착과 광기……. 문득 배경으로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이라는 가사와 멜로디가 음성 지원이 되면서 들린 것은 내 착각일 것이다.


  ‘아니, 그러니까 왜 남의 집에 혼자 가냐고! 그리고 주인 없으면 그냥 나와야지 왜 돌아다녀, 돌아다니기는!! 게다가 딱 봐서 이상하다 싶으면 냅다 도망쳐야지! 뛰다 넘어지면 후다닥 일어나고! 빨리 일어나서 뛰어 이 ㅄ아!!’라는 고함이 절로 나오는 부분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아주 그냥 보는 이의 속을 답답하게 만드는 주인공 일행이었다.


  영화는 시작 부분에 마치 이 영화는 실화일 수도 있다는 뉘앙스의 내레이션을 들려준다. 실화는 맞다. 다만 이 사건과 100% 똑같은 일이 일어났던 게 아니라, 사람을 죽여 소품으로 활용했던 에드 게인의 사건과 지나가는 여행객을 공격해 먹고 살았던 소니 빈 일가를 합친 것이다.


  그러니까 현실은 영화나 소설 못지않게 무시무시하다. 아니, 더 무섭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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