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Sinister

  감독 - 스콧 데릭슨

  출연 - 에단 호크, 빈센트 도노프리오, 제임스 랜슨, 프레드 달턴 톰슨

 

 

  장거리 연애라, 애인님과 둘이 같이 극장을 가는 건 일 년에 한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외에는 그냥 마음에 드는 영화가 개봉하면 각자 시간 나는 대로 따로 본다. 만약에 애인님이 A라는 영화를 봤다고 하면, 그리고 그게 내 취향이면 나도 A를 보고 오는 것이다. 그러면 그게 같이 본 영화가 된다.

 

  우리에게 같이 본 영화라는 건, 나란히 앉아서 팝콘을 먹다가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어머, 무서워.’하면서 품에 안기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본 게 같은 것을 말한다. 이 영화 역시 그런 의미로 같이 본 게 된다.

 

  아, 왜 갑자기 눈에서 땀이 나지? 이건 절대로 눈물이 아니다. 잠시 땀 좀 닦아야겠다.

 

  주인공 앨리슨은 남자다. 이름이 여자 같지만, 부인도 있고 아들딸이 있는 남자다. 왕년에 범죄 실화 소설을 써서 날렸던 작가지만, 이후 낸 책으로는 별 재미를 못 보고 있다. 그는 실종된 딸을 제외한 온 가족이 목매달려 살해당한 사건을 다루기 위해, 부인에게는 그 사실을 비밀로 하고 그 집으로 이사 온다.

 

  그런데 그 집의 다락을 뒤지던 중, 영사기와 필름이 담긴 상자를 발견한다. 거기에는 전에 살던 가족의 단란한 한 때와 그들의 최후까지 찍혀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필름들에는 다른 가족들의 평화로운 모습과 죽음이 담겨 있었다. 지역 부보안관의 도움으로 그는 그 사건들이 실제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연쇄 살인 사건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명성을 날릴 기회가 찾아왔다고 좋아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집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뭐라고 해야 할까? 보면서 귀를 막고 눈을 돌린 공포 영화는 간만이었던 것 같다. 이건 가짜라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뻔히 알고 있지만 화면을 똑바로 바라보기 힘들었다.

 

  가족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은 흔들리는 영사기 필름 속에서 현실감을 주었고, 눈을 질끈 감게 만들었다. 필름 제목과 연관되어 가족들이 죽어나가는데, 후우. 무엇을 상상하건 딱 그거였다. 거기다 필름을 틀 때마다, 전과 다른 뭔가 추가가 되는데…….

 

  그리고 주인공의 아들이 단독 샷으로 나오는 장면은 일자로 작은 내 두 눈이 0으로 커지는 기적을 일으켰다. 아, 진짜 그 장면 너무 무서웠다. 애가 불쌍하게 지병이 심해서 밤마다 휘적휘적 온 집안을 싸돌아다닌다. 그래서 나중에는 애가 돌아다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놀라게도 하고…….

 

  거기에 영사기만 틀면 나오는 음울하면서 낮게 쿵쿵거리는 그 소리는 자연스레 귀를 막게 만들었다. 비명도 없고, 쇳소리나 기계가 끼익 거리지도 않는데 그냥 막연하게 불안하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좋아서 두근거리는 것과 다른 떨림이다.

 

  영화는‘이제 내가 뭔가 보여줄 겁니다.’라고 힌트를 팍팍 주면서 뭔가 팍 튀어나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지 않았다. 물론 그런 장면들이 두어 개 정도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아들네미 나오는 장면이랑 마지막 장면정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중간중간에 잔혹한 장면을 끊임없이 보여주면서, 전반적인 분위기를 으스스하게 몰아갔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계속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게 너무 강해서 나중에는‘아놔, 긴장 안 해.  젠장, 짜증나게 쉴 틈을 안 주네.’라고 투덜대면서 긴장을 풀게 하긴 했다. 그래서 막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음, 설마 이것도 감독의 계획이었을까?

 

  아쉬운 점은 영화를 보면서 구성이나 스토리 진행 등에서 다른 작품들이 떠오른다는 것이었다. 책을 쓰는 아빠가 점점 더 이상하게 변해가는 건 잭 니콜슨 주연의 ‘샤이닝’이, 집에 저주가 걸린 것은 ‘아미티빌 호러’ 나 ‘주온’ 내지는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그리고 영사기 화면을 보면서는 ‘링’이나 ‘셔터’가 연상되었다.

 

  하지만 떠오르기만 할 뿐이지, 똑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샤이닝’처럼 아빠가 도끼를 들고 미친 짓을 하지도 않았고, ‘링’처럼 사다코가 튀어나오지도 않았고, ‘파라노말 액티비티’처럼 몰카를 찍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다 보고, ‘의문의 살인이 난 집은 사면 안 되겠구나.’ 내지는 ‘이사한 집에서 뭔가 발견되면 열어보지 말고, 주인을 찾아주거나 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모두가 다 ‘새로 지은 내 집’을 좋아하는 걸까? 아, 그래서 새 집은 값이 비싼 거구나. 나름 결론을 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뒤이어 ‘그 집터가 이상한 곳이면, 영화 ‘폴터가이스트’꼴이 날 텐데?’라는 의문이 팍하고 들었다. 으음, 모르는 게 약이라는 옛 말이 떠오른다. SF나 호러 영화를 보면, 이 세상에 안전한 곳은 없는 것 같다. 슬프고 암울한 세상이다.

 

  개인적으로 다음 영화에 나와있는 이 포스터가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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