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맞선 이성 - 지식인은 왜 이성이라는 무기로 싸우지 않는가
노엄 촘스키 & 장 브릭몽 지음, 강주헌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원제 - Raison Contre Pouvoir

  부제 - 지식인은 왜 이성이라는 무기로 싸우지 않는가

  저자 - 노엄 촘스키, 장 브릭몽

 

 

 

 

  언젠가도 살짝 말했던 것 같지만, 난 상당히 귀가 얇다. 그리고 얼마나 가벼운 지, 아주 팔랑팔랑 날아다닐 정도이다. 특히 유명한 누가 말한 거라고 하면, 100%는 아니지만 반 정도는 믿는 편이다. 그런데 웃기게도 그러면서 동시에 ‘그건 그쪽 생각이지요.’라고 빈정대기도 한다. 물론 속으로만. 대놓고 말하기엔 난 너무 소심하고 속물적인 인간이다.

 

 

  어쩌면 익명성을 핑계 삼아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댓글을 달고 사라지는 족속들과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 차이를 따진다면, 난 속으로만 생각하고 그들은 기록을 남긴다는 것 정도? 아니면 내 말에 대한 확실한 증거도 없고, 그러니까 증명하기도 싫고, 게다가 논리적으로 내 의견을 전개할 능력이 없어서 혼자서 꿍얼대는 불평주의자일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를 보았을 때, ‘아, 이 사람의 말에 그냥 훅하고 넘어가겠구나.’라는 생각이 팍 들었다. 노엄 촘스키는 서점에 가면 아주 많이 볼 수 있는 이름이다. 그는 두꺼운 책 표지에서 안경을 끼고 카리스마 있는 눈으로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책장을 넘기면 어쩐지 어려운 용어가 막 튀어나와서 내 혼이 안드로메다로 피신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다행히도 이 책은 얇았다. 거기다 크기도 작고. 어머나, 이건 행운이야! 책을 받자마자 안도의 탄성이 절로 나왔다. 서점에서 본 다른 책들에 비하면,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그랬다. 처음에는…….

 

 

  책은 두 저자의 대화로 이루어져있다. 장 브릭몽이 질문을 하면, 노엄 촘스키가 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내용이었다. 서면 대화라고 하니, 질문과 대답이 다 심사숙고해서 나온 것이리라 생각했다.

 

 

  구성은 총 3장으로 되어 있다.

 

 

  1장 남용되는 권력에 대하여

  2장 인간 본성과 정치에 대하여

  3장 과학과 철학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강대국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그에 침묵하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강대국이지만 툭 까놓고 말하면, 미국이다. 물론 영국이나 다른 나라들도 언급하지만, 주요 대상은 미국이다. 어쩐지 그는 유럽에는 관대하고 미국에만 깐깐한 것 같다. 그 밥에 그 나물일 텐데 말이다.

 

 

  1장에서는 침묵하는 사람들로 인해 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미국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 대한 그들의 지나친 간섭을 비난한다. 그리고 2장에서는 인간이 이성적이지 않다는 브릭몽의 5가지 이유에 대해, 촘스키가 반론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3장은 정신과 육체 그리고 진화론에 대한 그의 입장을 얘기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는 상당히 인간의 이성을 믿는 낙관주의자라는 인상이 들었다. 인간의 이기심은 본성이 아니라는 그의 말에서 성선설을 주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득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사이코패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전체 지구인간의 수에 비하면 낮은 비율이라, 언급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몇몇 소수의 예를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가 그렇게 믿고 있는 이성을 가진 인간의 현실을 보니, 과연 이성이라는 것이 뭘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이성과 지식과 논리와 지성은 동일하지 않다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현실과 이성이 충돌하면, 결국 다수의 사람들은 편함을 선택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 사회가 이 모양인 것이다. 지식인들이라는 사람이 부패와 권력 남용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다 그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화가 나면서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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