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의 소리를 들어라 8세에서 88세까지 읽는 철학 동화 시리즈 5
데이비드 허친스 지음, 박상현 옮김, 바비 곰버트 그림, 박영욱 해설 / 바다출판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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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Listening to the Volcano

  작가 - 데이비드 허친스

  그림 - 바비 곰버트

  해설 - 박영욱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철학 동화 시리즈이다. 동화가 원래 나이를 가리지 않고 재미있는 책이긴 하지만, 철학이? 그런 의문을 가지고 책을 집어 들었다.

 

  어휘는 어렵지 않았다. 공유, 직관, 신념이나 창조 같은 단어들이 나왔지만, 그 뜻에 굳이 집착할 필요는 없었다. 열 살 난 조카에게 이게 무슨 뜻같냐고 물어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하지만 저 단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냥 넘어가도 괜찮았다. 그러니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도 무리 없이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림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했다.

 

  주인공 마일로가 사는 마을은 사람들이 말한 낱말이 눈에 보이는 모양으로 변한다. 그러니까 말풍선이 구체화가 되는 신기한 곳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다 온순하고 예의가 바르기에, 그 말풍선들은 담장이나 화분 정도로만 쓰이고 있었다.

 

 

  그런데 평화로운 이 마을에 큰일이 일어난다. 잠들어있던 화산이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로 자기주장만 내세우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결국 계속해서 생겨난 낱말들은 사람들 사이에 벽을 만들고 만다.

 

 

 

  그러던 중, 마일로가 생각한 말들이 주위 사람들에게 보이는 사건이 벌어진다. 드문 일이지만, 간혹 생각까지 구체화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말주변이 별로 없고 어리고 수줍음이 많지만, 마일로의 생각들은 사람들에게 차분하게 자신과 주위를 돌아볼 기회를 준다. 비록 그는 부끄러웠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말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그들의 생각을 읽으면서 차분히 토론을 한다. 그리고 낱말들은 구체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와,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는 자기주장만 고집하지 말고 주의 깊게 들으라는 말을 이렇게 멋진 이야기로 풀어서 보여주다니!

 

  학교 선생님이나 어른들이 ‘남의 의견도 들어라!’라고 할 때는 그냥 잔소리 같고 ‘자기들이나 잘 할 것이지.’라는 반발심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아주 자연스럽게, 강요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구나.’라고 공감을 하게 만든다.

 

  서로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마을 사람들을 보면서 ‘이건 아니지! 얘기를 들어봐야지! 뭐하는 짓이야!’라고 소리치게 만든다.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흥분하면 진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깨닫고 받아들이게 한다.

 

  이게 바로 동화의 힘이고, 좋은 책의 맛이다!

 

  전에는 추리 소설을 잘 쓰는 사람들의 뇌구조가 궁금했는데, 요즘은 동화 작가들의 뇌구조와 마음이 궁금하다.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느끼고, 어떤 시각으로 타인을 보면 이런 근사한 글을 쓸 수 있는 걸까?

 

  뒤에 해설이 더 어려웠다는 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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