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조림에서 나온 소인들 웅진책마을 42
정 위엔지에 지음, 심봉희 옮김, 윤정주 그림 / 웅진주니어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작가 - 정 위엔지에

  그림 - 윤정주

 

 

  중국 작가가 지은 동화책이다. 이 작가는 이 책의 주인공인 루시시와 피피루를 주인공으로 하는 동화책을 여러 권 썼다고 한다.

 

  손님이 오신 일요일 저녁, 고기 통조림을 따던 루시시는 놀라고 만다. 통 안에 성냥개비만큼 작은 사람이 다섯 명이나 들어있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말했다가는 오빠 피피루가 가져왔던 다른 애완동물처럼 버려질까 겁이 난 루시시는 그들을 몰래 자기 방에 숨긴다. 고기가 없다는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하는 부모는 자신들의 모범생인 딸을 의심한다.

 

  말썽꾸러기 피피루는 여동생이 혼나는 상황이 재미있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다. 그러다가 둘은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된다. 한편, 루시시는 학교에서 졸다가 선생님에게 혼이 나면서, 졸지에 우등생에서 열등생이 되어버리는데…….

 

 

 

  책을 읽으면서, 어른들이 왜 이 모양이냐고 혀를 찼다.

 

  피피루와 루시시의 부모는 자신들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우기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기르고 싶다고 가져온 동물들을 더럽다고 매정하게 버릴 정도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피피루처럼 몰래 숨기면서 기르거나 반항하는 것. 아니면 루시시처럼 아무 것도 원하지 않고 부모의 뜻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뿐인가. 그들이 다니는 학교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이다. 머리가 나쁜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주입식 교육에 맞지 않거나 이해가 조금 느릴 수도 있는데, 자신들의 속도에 따르지 못하는 아이들을 열등생이라 낙인찍어 관심도 주지 않는다. 열등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심지어 외국에서 손님이 오자, 열등생들은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까지 한다. 도대체 이런 교육자들이 어디 있을까?

 

  문득 나도 다른 사람들을 이런 잣대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길한 생각도 들었다. 내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장점이 있어도 찾아보거나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관심조차 두지 않는 게 아닐까? 이미 마음속에 어떻다고 결정을 내려버리면 다시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런 대상을 트집 잡을 구실만 눈에 불을 켜고 보는 것은 아닐까?

 

  한번 아니라고 인식을 하면, 그 감정을 떨쳐버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람의 편견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편견을 가지고 다른 이를 보는 사람은 의식을 못하겠지만, 그런 시선을 받는 사람은 얼마나 괴로울 지 책은 보여주고 있다. 위축되고 자신감이 사라지고 모든 것에 부정적이 되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면, 부정적이고 자신감없는 어른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결국 아이들이 어떤 어른으로 자라느냐는, 주위 어른들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각자 갖고 있는 개성을 파악한 소인들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을 대할 수 있게 된다. 소인들에게서 공부법을 배운 열등생들이 우등생들을 넘어서는 과정은 재미있고 눈물겨웠다. 피피루가 우수한 성적을 받자, 선생님들이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을까 주위에 둘러서서 감시를 하는 재시험 장면은 화가 날 정도였다.

 

 

 

  사람을 대하는 것은, 자신의 기준에 맞추는 것보다는 그 상대가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올바르게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람마다 자라오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 말이다. 어쩌면 나이를 먹으면서 세상을 알수록, 사람을 대하는 것이 편견과 선입견 사로잡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순수하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영악하다고, 아이답지 않다고 하는데 그건 누가 만든걸까? 아이들 탓만 할 수가 없다. 아이들이 선천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져 태어나는 건 아닐테니 말이다.

 

  모든 사람이 다 결과가 한정지어졌거나 똑같은 시뮬레이션 육성 게임의 아바타는 아니다. 그렇기에 연구하고 관찰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상대에 대해서 알 수 없는 것이다. 부모 자식사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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