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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Livid (Livide)
감독 - 알렉상드르 뷔스티요, 쥴리앙 모리
출연 - 클로에 룰루, 베아트리체 달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상영작
두 감독의 첫 장편작이 영화 ‘인사이드 À l'intérieur Inside’ 라는 걸 검색으로 알았다. 으아! 갑자기 그 영화의 악몽이 떠오른다. 진짜 무자비할 정도로 잔인했던……. 그런데 그 감독들의 영화라니, 어쩐지 기대가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작보다는 피가 덜 나온다. 살점이 튀기지도 않고, 눈살을 찌푸리는 잔혹한 장면도 별로 없고. 인상적인 것은 여주인공의 눈동자가 서로 색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영화가 제목과 어울리게 전반적으로 겨울을 연상시키는 짙은 푸른색조로 화면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루시는 견습 간호사이다. 그녀는 한때는 무용 선생이었지만, 지금은 산소 호흡기로 연명하는 한 노인의 간호를 맡게 된다. 그녀의 집은 엄청난 대 저택으로 수많은 장서와 조각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저택 어딘가에 보물이 숨겨있다는 소문까지.
그런데 그녀의 얘기를 들은 남자 친구와 또 다른 친구가 그 집을 털자고 제의를 한다. 어차피 혼수상태에 빠진 노인네니, 보물을 찾아 마을을 떠나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것이다. 고민 끝에 그녀도 동의하고, 세 친구는 저택으로 향한다. 그런데 저택엔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영화 시작부분에 실종된 아이들을 찾는 수많은 포스터. 어린 여자애를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여인. 아무도 없는 게 분명한 저택에서 울리는 발걸음 소리. 웃음소리와 함께 나타난 여자애들. 그리고 닫힌 저택의 문.
옆에서 애인님이 ‘저 할머니 혹시 흡혈귀 아니야?’ 라고 속삭였다. 하긴 처음에 노인이 수혈을 받는 장면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난 마녀라고 생각했다. 쳇, 그런데 애인님이 맞았다. 생각해보니 무용 학원에 마녀라면 영화 ‘서스페리아’의 짝퉁이라는 오명을 받을 테니, 그렇게 할 수는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긴장감을 주던 영화는 갑자기 루시가 저택의 사람들과 교감을 하면서, 급속도로 느슨해진다. 그들을 통해 저택의 과거와 비밀을 알게 된 그녀. 그 부분이 다소 환상적이었지만, 호흡은 앞과 달리 아주 느리게 진행이 되었다. 숨을 돌리라는 배려인가? 그러다가 인형의 정체를 아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저게 과연 사랑일까 아니면 집착일까?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예상이 되면서, 안쓰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그리고 약간은 모호한 결말. 주인공의 오드 아이를 기억한다면, 어째서 이런 마무리냐고 의아해할 수 있다. 사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은 자유를 원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