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밴던 어밴던 시리즈
멕 캐봇 지음, 이주혜 옮김 / 에르디아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원제 - Abandon

  작가 - 멕 캐봇

 

 

 

 

  그리스 로마 신화 중에 제일 안타까운 얘기 중의 하나를 꼽자면, 아마도 페르세포네 이야기일 것이다.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로 지상에서 잘 나가던 소녀가 갑자기 납치당해 음울하고 어둡고 음침한 곳에서 살도록 강요받는다. 납치범이 그녀의 삼촌 중의 하나라는 건 제쳐두자. 그리스 로마 신화의 윤리 기준을 현대의 잣대로 생각하는 건 조금 말이 안 되니까. 하여간 어머니의 노력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올 기회가 있었건만, 그녀는 단지 석류 몇 알 먹은 이유로 일 년 중의 몇 달을 그곳에서 지내야 했다.

 

 

  비록 죽은 자들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받지만, 그녀는 선천적으로 태양이 빛나는 지상의 아이였다. 빛도 들지 않는 지하 세계에서 사는 건 어쩌면 그녀에겐 고역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이후 그곳에서 행복했는지 불행했는지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죽은 자의 왕이라 불리는, 납치범인 그가 그녀를 계속 아껴주었는지의 여부도 알지 못한다. 그 집안 남자들의 특징이 바람피우기라서 추측만 가능하다. 단지 그녀와 그녀 어머니 데메테르의 슬픔만 전해질 뿐이다.

 

 

  이 책은 그런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두고 있다.

 

 

  피어스는 일곱 살 되던 해에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죽은 새를 살려주는 기이한 능력을 가진 그.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그녀는 수영장에 빠져 죽는다. 그런데 그녀가 눈을 뜬 곳은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 곳. 그곳에서 피어스는 어린 시절의 그와 재회한다. 같이 있자는 그에게서 도망친 그녀. 다행히 다시 살아난다.

 

 

  하지만 이후 그녀 주위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가 준 목걸이의 색이 변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기고, 그녀가 위험할 때마다 그가 나타나 다소 과격한 방법으로 구해준다. 덕분에 그녀는 다시 살아난 이후, 말썽쟁이라 불리며 학교에서 쫓겨날 지경에 이른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의 고향인 우에소스 섬에 와서야, 존이라 불리는 그가 어떤 존재이고 그의 목걸이를 받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버린 피어스. 게다가 그를 노리는 무리들이 그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본격적으로 정체를 드러내며, 그녀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위에 대략의 내용을 시간 순으로 적었지만, 책은 역순으로 진행한다. 그러니까 피어스가 우에소스 섬으로 오면서부터이다. 그 전의 일은 모두 그녀의 회상 속에서 이야기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도대체 얘가 왜 이런 행동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사건의 이야기가 다 끝나고서야,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보면, 뭐랄까 약간 추리적인 면이 약하다는 인상이 들었다. 적절하게 힌트를 주면서 추측하도록 하는 게 추리 소설의 묘미인데, 이 책은 간간히 폭탄으로 던져줬다. 하긴, 이건 로맨스 판타지이지 미스터리 물이 아니다. 그러니 그런 점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후반부의 존을 공격하고자 피어스를 노리는 무리의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오~’하고 놀라긴 했다. 설마 그 사람이 그 일당 중의 한 명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뭔가 조작이나 세뇌 같은 비밀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같은 편일 거라 생각한 내가 단순하고 어리석었다. 이런 바보! 수행이 부족하다!

 

 

  책은 그들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서 1권을 마무리한다. 거기에 페르세포네의 목걸이에 얽힌 이야기와 섬에서 벌어지는 ‘관의 밤’ 행사와의 관련, 사촌 알렉스와 세스 일당의 관계 등등의 사건이 슬쩍 입맛만 보여주면서 끝난다. 그래서 다음 권을 기대하게 한다. 과연 피어스와 존은 공격을 잘 방어할 수 있을 것인가? 피어스는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바라는 것은, 다정하지만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피어스가 너무 존에게 의지하는 내용으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다. 로맨스 소설을 보면,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민폐만 끼치고 지나치게 의존적인 면을 드러내는 것이 간혹 있다. 하지만 다 용서된다. 주인공이고 남자 주인공의 사랑을 받고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 이 둘이 싸울 상대가 인간이 아니기에, 존의 활약이 부각될 것이다. 그 때 피어스가 민폐 캐릭터로 남을 지, 당차고 자기주장 뚜렷한 캐릭터가 될지 궁금하다. 내심 전자보다는 후자이길 빌어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삽화였다. 아무래도 십대 소녀들이나 이십대 초반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 그림이 그런 스타일인 것이라 추측한다. 하지만 내 취향은 전혀 아니다. 중학생 소녀가 그림을 보더니 ‘우와-예쁘다.’하고 탄성을 질렀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나보다. 표지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안의 그림은 좀 아쉽다. 뭐, 내 취향이 아닌 것이지 다른 사람은 좋아할테니까 큰 문제는 아닐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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