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전 재미있다! 우리 고전 13
김남일 지음, 윤보원 그림 / 창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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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김남일

  그림 - 윤보원



  아아, 어린이 책은 진짜 삽화 보는 재미로 읽게 된다. 전우치의 도술 이야기도 재미나지만, 이 책은 삽화가 독특했다. 하아, 미술 기법을 잘 모르니, 뭐라고 정의내릴 수가 없다. 다만 전우치가 어딘지 모르게 손오공을 연상시키는 외모여서,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이 책은 ‘신문관본’을 기본으로 삼았다고, 책 맨 뒤에 있는 작품 해설에 나온다. 전우치의 이야기는 다양한 이본으로 존재했던 모양이다. 하긴 작자 미상의 이야기다보니, 이곳저곳 책을 내는 곳에서 조금씩 내용에 가감을 했을 것이다.


  전우치는 열다섯 달 만에 태어났다. 그리고 골격도 장대하고 다른 아이들보다 모든 것이 다 빨랐다고 한다. 부모의 배려로 어느 암자에서 공부를 하던 중, 우연히 도술을 익히게 된다. 하지만 여우의 꾀로 신선이 되기 직전에 공부를 마치게 된다. 이후 전우치는 도술로 불쌍한 사람들을 돕고, 부패한 관리를 혼내주기 시작한다. 그의 피해자 명단에는 공교롭게도 임금까지 들어 있었다.


  임금을 속였으니 문제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도술을 부리는 그를 어찌할 수 없기에, 그 재주를 써먹어보자는 계산에 관리로 등용을 한다. 물론 감시한다는 속셈도 있었다. 도적을 토벌하고 이런저런 일을 하며 지내던 어느 날. 역모를 꾀하던 무리가 잡혀왔는데, 대신 한 명이 그 역모에 전우치를 엮어 넣는다.


  궁을 떠난 전우치는 서화담을 찾아가 배움을 청하고, 두 사람은 태백산(지금의 백두산)으로 향한다.


  도술을 부려 사람을 돕는 장면에서는 통쾌함까지 느꼈다. 하지만 결말 부분에서 ‘응?’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패한 관료나 양반을 꾸짖고, 약한 백성을 돕던 그가 갑자기 백두산으로 들어가 버리다니. 이건 뭔가 아닌 듯싶었다. 하다못해 홍길동은 자기를 따르던 사람들을 데리고 이상적인 사회를 건설하기라도 했는데, 전우치는 모든 것을 버리고 진리를 찾아 산으로 들어갔다.


  속세에 환멸을 느낀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 전부를 도울 수 없으니, 진리를 찾아 모두를 이롭게 하는 방법을 택한 것일까? 그가 비서를 양사언에게 남겼다고 하니, 후자의 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책의 존재 여부는 모르는 일이다.


  사실 요즘 액션물에 길들여져 있는 세대라면, 당연히 전우치가 관리들을 혼내주고 임금에게서 백성들을 잘 돌보겠다는 약속을 받아 내거나, 임금의 눈을 흐리게 하는 간신배들을 물리치는 걸 기대할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나라를 좀먹는 나쁜 범죄 조직을 섬멸하는 것도 괜찮고.


  아! 그래서 영화가 나온 건가? 비록 배경이 현대이긴 했지만 말이다.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구나. 쳇, 셰익스피어 이후 독창적인 작품이란 없다는 말을 누군가 했는데, 그 말이 맞나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까 이 이야기가 나온 시대 분위기상, 그런 결말이 제일 적절했을지도 모른다. 계급제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국가의 기반을 뒤흔드는 글을 쓰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냥 적당히 치고 빠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관리들이나 사대부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정도로만 하고. 왕을 중심으로 하는 계급제 전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조롱하고 놀리기는 하지만, 쫓아낼 수는 없었나보다. 그게 그 시대의 한계인 것이니까.


  나도 도술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문득, 나도 역시 이 사회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은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건 내 한계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전우치의 마지막 행보가 갑자기 이해가 되었다. 그런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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