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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5 ㅣ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5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원제 - Vanish
작가 - 테스 게리첸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5권
그러니까 리졸리와 아일스 시리즈를 처음 접한 게 이 책이었다. 무슨 기념일이었는지 모르지만, 애인님이 선물로 주셨다. 붉은 천으로 얼굴을 덮은 여인이 있는 표지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책을 빌려 읽은 오라버니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고 이 시리즈를 1권부터 4권까지 다 사서 먼저 읽고, 주셨다.
지난 편인 ‘바디 더블’에서 임신과 결혼을 동시에 치른 리졸리. 이번에는 출산이 얼마 남지 않은 만삭의 임산부이다. 그리고 아일스는 여전히 죽은 자들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 글은 두 가지 시점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과거와 현재이다. 밀라가 떠올리는 과거의 일과 현재 리졸리, 그녀의 남편인 딘 그리고 아일스가 겪는 일이 교차된다. 처음에는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둘은 하나가 되어 모습을 드러낸다.
직장을 알선해준다는 말에 동유럽에서 미국으로 온 밀라. 하지만 그녀와 친구의 아메리칸 드림은 도착하자마자 산산조각이 난다. 가정부나 베이비시터로 일할 줄 알았지만, 그녀가 끌려간 곳은 이른바 매음굴. 하지만 사건이 생기면서, 그녀는 올레나와 목숨을 건 도주를 하게 된다.
냉동고에서 검시를 기다리던 여자가 의식을 되찾는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아일스의 재빠른 조치덕분에 그녀는 병원으로 옮겨진다. 공교롭게도 리졸리도 출산을 위해 그곳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정신을 차린 여자가 경비원의 총을 빼앗고, 병원에서 농성을 벌인다. 검사를 기다리던 리졸리는 인질이 되고 만다. 게다가 경비원인 줄 알았던 남자는 진짜가 아니었다.
급기야 사건은 점점 이상하게 꼬여만 간다. 난데없이 고위층이 간섭하기 시작한 것. 도대체 밀라와 올레나 그리고 그녀들을 도와준 조를 죽이려는 사람들은 누굴까? 그리고 왜?
아, 이번 편은 진짜 읽으면서 화가 났다. 자신들의 쾌락을 위해 젊은 여자들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인간들에게 화가 났고, 사람을 상품처럼 사고파는 것들에게 화가 났으며, 자기들의 사회적 지위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놈들 때문에 화가 났다. 그리고 돈을 위해 같은 동지였던 사람을 팔아넘기는 존재에게 화가 났다. 아, 진짜 그 인간이 그럴 줄은 몰랐다. 나쁜 새끼!
리졸리의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산전수전을 다 겪더니, 태어나서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잘 커야 할 텐데 말이다.
아일스는 여전히 빠른 상황 파악과 판단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그녀는 음, 남자 보는 눈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녀가 마음에 두거나 작업을 거는 남자들은 거의 사건과 연관이 되어 있으니까. 제발 아일스에게 괜찮은 남자 하나 구해주길 작가에게 편지라도 보내고 싶다.
사람을 속여서 인생을 망치는 일이 미국에만 국한된 일이 아닐 것이다. 이 나라에서도 분명히 어디선가 매일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이 땅 어느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몸을 파는 여성이, 학대받는 어린 소녀가, 신음도 못 내고 죽어가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자신의 지위와 돈과 권력을 이용해 누군가를 짓밟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 세상은 얼마나 비정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