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 일반판 (2disc)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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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Inception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와타나베 켄, 조셉 고든-레빗, 마리옹 꼬띠아르


  애인님의 권유로 본 영화. 솔직히 두 시간이 넘는 영화는 별로 보고 싶지가 않다. 내 집중력이 유지될 수 있는 최대치가 바로 두 시간이기 때문이다. 책이라면 중간에 기지개도 켜고 그러겠지만, 영화는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에 소설 ‘쿰을 쿠다’ 감상문을 쓰기 위해 보았다. 


  영화를 본 감상은, ‘쓸데없이 거창하게 부잣집 아들에게 다단계로 사기 치는 내용이구나. 사기도 이정도면 예술이지.’였다. 내 감상을 들은 애인님이 좀 어이없어 했다. 미안, 자기야. 내 감상력은 다른 사람들과 조금 핀트가 어긋나나봐.


  마치 최첨단 과학 기술로 무장한 ‘오션스 일레븐’이나 ‘A 팀’ 내지는 ‘미션 임파서블’을 보는 기분이었다. 물론 저들도 최첨단 도구를 사용하긴 하지만, 이 영화의 팀은 특히 더 앞선 기술을 이용한다. 사람의 의식 세계로 들어가 자신들이 원하는 생각을 심어놓는 것이다.


  사람의 의식 세계를 조작하는 소재는 영화 '토탈 리콜‘에서 처음 보았다. 내 기억으로는 그렇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자신의 기억이 조작된 것이라는 걸 알아차렸을 때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 ’매트릭스‘도 어떻게 보면 그런 류일 수도 있고.


  이 영화는, 그러니까 저 두 가지 종류의 소재를 적절하게 섞어놓은 느낌이었다. 다만 그들이 의적은 아니라는 것이 실망스러웠다. 내가 괴도 루팡을 별로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에 제일 큰 것이 바로 그가 도둑이라는 점이다. 미국 드라마 ‘레버리지’를 즐겨보는 건 그들이 의적이기 때문이고 말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감점을 받았다. 도둑질 성공하는 얘기는 별로.


  영상은 참으로 멋졌다. 보면서 ‘와-’하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코브가 아리아드네를 만나 처음으로 꿈의 세계를 보여주는 부분은 진짜 놀라웠다. 둘을 제외한 모든 것이 터지는 장면이나, 지면이 접히는 장면, 그리고 아리아드네의 의도대로 사물이 변형되는 장면은 기발하고 놀라웠다. 역시 과학 기술의 발전은 영화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참으로 1초는 길다는 느낌을 받았다. 버스가 다리에서 추락해 강으로 떨어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꿈에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다. 1초는 진짜로 길다. 그 문제의 펜싱 시합 심판도 혹시 경기 시간에 인셉션을 당하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영화는 사기극이지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영화 곳곳에 숨겨두었다.


  우선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심상치 않았다. 꿈의 설계를 맡은 아리아드네나 약물을 만드는 유세프가 그러했다. ‘아리아드네’는 미노스 왕의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게 도움을 준 공주였고, ‘유세프’의 성경 표기는 ‘요셉’으로 꿈을 잘 꾸고 해몽을 잘하던 인물. 극의 배역과 적절했다.


  그리고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에 관한 여러 가지 가설과 이론들도 등장하고, 내가 보는 것이 꿈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장자의 나비 얘기를 서양식으로 변형한 것 같은 인상도 주었다. 아, 이건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나왔었다.


  이런 수많은 상징과 주인공 코브의 비극적인 과거 그리고 그들의 입을 통해 드러나는 꿈과 현실 세계에 대한 경계와 공존 등등의 소재들이, 관객들로 하여금 이 영화가 단순 사기극이라는 것을 잊게 한다. 어느새 영화는 꿈의 조종을 통해 부인의 죽음을 극복하려는 한 남자의 시련 극복기가 되어버렸다.


  결국 관객까지 감독에게 인셉션을 당한 것이다.


  그래서 엔딩 크레딧과 함께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이 흘러나왔는지도 모른다. 이제 깨어나라고. 눈을 뜨고 현실로 돌아가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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