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Tall Man

  감독 - 파스칼 로지에

  출연 - 제시카 비엘, 조델 퍼랜드, 스티븐 맥허티, 윌리엄 B. 데이비스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상영작

 

  영화는 동굴을 수색하고 나온 경찰과 얼굴에 박힌 유리 조각을 빼내는 여인의 눈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전에 자막으로 미국에서는 매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아이들이 있다는 문장이 나온다.

 

  이 정도면 ‘아, 실종 아이에 관한 내용이구나.’라고 짐작을 하게 한다.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한 소녀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폐광 마을 콜드락은 나날이 쇠퇴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아이들이 하나둘씩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사건까지 일어난다.

 

  첫 장면에서 유리 조각을 빼내던 여인인 줄리아는 그 마을의 유일한 간호사이다. 의사였던 남편이 죽은 후, 마을을 지키고 있다. 초반은 아이와 보모, 그리고 그녀까지 셋이 지내는 일상과 마을의 참담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아이가 납치당한다. 줄리아는 아들을 찾기 위해 달리는 차에 매달리고 개에 물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아이는 되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이상하다. 그 전까지는 그녀를 무척이나 존중하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욕하고 감시하고 잡아 죽이려고 한다.

 

  여기까지 보면서, 애인님과 ‘마을 사람들이 한통속인거야!’라고 분개했다. 마을에서 아이를 하나씩 골라, 톨 맨이라는 아이들을 데려가는 존재에게 제물로 바치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교 집단이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이 영화, 반전이 있었다. 물론 중반을 넘어가면서 비밀이 밝혀지긴 했지만, 후반까지 그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이것저것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 많은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죽었을까? 살았을까? 살았다면 어떻게 된 걸까? 영화는 초반에 톨맨이 누구냐는 것에 집중했다면, 중후반은 아이들의 생사에 초점을 맞춘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에게 자식의 생사를 모른다는 건, 그야말로 엄청난 고통일 것이다. 문득 ‘조카들을 잃어버린다면…….’하고 상상해봤는데 눈물이 먼저 흘렀다. 고모인 나도 그런데, 부모는 오죽할까?

 

  영화가 끝나고 고민했다. 과연 그들의 선택이 옳은 것인가? 천륜이라는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을까? 그게 도덕적으로 옳은 일일까? 그리고 그들은 행복했을까?

 

  나만 그럴지 모르지만, 공주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상상을 하곤 했다. 특히 엄마아빠한테 혼이 나면 특히 그랬다. 내 진짜 부모는 아주 부자인데, 날 어릴 적에 잃어버린 거라고. 그래서 언젠가 진짜 부모가 날 찾으러 올 거라고.

 

  애인님은 영화를 다 보고 한마디 했다. 키다리 아저씨의 호러 스릴러 버전이라고. 난 유괴의 미화 같았는데. 어떤 숭고한 목적이 있다고 해도, 범죄는 범죄에 불과하다.

 

  그들은 정말 행복할까? 영화 마지막 장면의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무표정한 얼굴에서,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 반문하는 질문에서 조금은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감독의 전작인 '마터스'는 좀 그랬는데, 이번 작은 수월하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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