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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The Cabin in the Woods
감독 - 드류 고다드
출연 - 크리스 헴스워스, 크리스틴 코넬리, 안나 허치슨, 프랜 크란츠
처음에 한글 제목만 얼핏 듣고는 숲에 있는 사람 이름이 케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포스터를 보니, 오두막 하나만 덩그러니 그려져 있었다. 아, 캐빈. ‘ㅔ’ 와 ‘ㅐ’는 확실히 다르다.
영화는 많은 다른 작품들을 떠올렸다. 좋게 말하면 친숙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짜깁기라는 것이다.
다섯 명의 남녀 대학생이 숲에 있는 오두막에 놀러가는 것은 ‘이블 데드’를 연상시켰고, 그들을 몰래 카메라로 관찰하는 사람들은 ‘호스텔’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오두막 지하실에 있는 물건을 만지자 그들을 죽일 뭔가 튀어나오는 것은 ‘헬 레이저’, 숲 전체에 결계가 둘러져 있는 것은 ‘13층’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악령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그런 것들이 유리벽에 갇혀있는 것은 ‘13고스트’를 생각했고 말이다. 그리고 수많은 유리 상자는 ‘큐브’
갇혀있던 악령 내지는 괴물들이 풀려나오는 부분에서는 제작진들은 나와 ‘이건 어느 영화를 떠올릴까요?’ 퀴즈 시간을 갖자는 건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너무 빨리 사라져서 많이 맞추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대략 러브크래프트의 대왕 문어 괴물 비슷한 것도 있었고, 스티븐 킹의 삐에로 짝퉁, ‘헬 레이저’의 수도사 비스무레한 존재, 에이리언 짝퉁, 그리고 늑대 인간으로 추정되는 것까지. 아! 공룡과 유니콘도 나왔다. 대충 기억나는 건 여기까지.
광고 문구대로 모든 예측이 무너졌다. 연상되는 영화가 너무 많아서 말이다. 결말 부분의 깜짝 출연 배우는 진짜 예측을 못 했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괴물과 싸우는 배우 중에는 이 분이 갑이지.
영화 내용은 중간에 ‘어랍쇼?’하는 대목만 빼고는 뭐 괜찮았다. 역시 주인공 버프인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꽤나 오래 살았다. 친구들은 그 정도 공격에 이미 죽었는데 말이다. 역시 주인공!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고대나 현대나 인간들의 생각은 별로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에 대한 경외심. 그분을 위해서라면 남을 기꺼이 희생시킬 수 있는 그 의지!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을 축제화해서 즐기는, 풍류를 즐길 줄 아는 품성! 다만 고대인과 현대인은 그 방법이 다를 뿐이다.
어찌되었건 당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고 남이니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애인님과 한참동안 수다를 떨었다. 서로 놓친 괴물 내지는 악령이 뭐가 있을까 얘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동시에 ‘우리가 이렇게 많은 영화를 봤었나?’ 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이 정도면 뭐, 별로 무섭지도 않고 긴장감도 조금은 있고, 내 생각이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집중도 하고, 같이 본 사람과 영화에 대해 많은 대화도 나눌 수 있고,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