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가 날고 트랜스젠더 닭이 울었사옵니다 - 과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35
이성규 지음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부제 - 과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작가 - 이성규



  순전히 제목에 대한 호기심으로 고른 책. 아는 집에 갔다가, 호기심이 생겨서 빌려왔다. 제목이 책을 선택하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 알 수 있다.


  '조선을 경악시킨 놀랍고 발칙한 과학 이야기‘라고 책 뒤에 적혀 있어서, 사실 불가사의나 미스터리에 관한 기록 모음인줄 알았다. 그런데 읽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실록에 어떤 사건이 기록되어 있으면, 그걸 현대 과학의 시각과 그 당시의 사회정치적 관점으로 해설을 해놓은 것이었다.


  예를 들면, 1장의 ‘조선시대에 등장한 트랜스젠더 닭’을 살펴보자. 실록의 기록을 나열한 후, 자연에서 성별이 바뀌는 생물에 대해 예를 들고 있다. 그러면서 성별이 바뀌는 닭이 자주 출몰한 시대적 배경을 얘기한다. 중종과 명종, 외척들이 득세할 때였다. 그래서 혹시 외척의 전횡을 성이 바뀐 암탉의 얘기에 빗댄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11장 ‘광해군 때 목격된 UFO’는 실록에 기록된 하늘에 나타난 괴물체를 언급하면서, 이것이 UFO일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세계 각지의 UFO목격담을 첨부한다. 덧붙여 UFO에 대한 용어 설명과 역사적인 몇 가지 사건까지.


  그런데 읽다보니 그림은 조금 초딩 스타일인 것 같았는데, 내용은 중학생용이었다.


  10장 ‘조선 최악의 발칙한 사건-아내가 장가를?’에서, 그런 점을 확실히 느꼈다. 양성인간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사용된 용어들이 참으로 어려웠다.


  ‘남성가성반음양’이라든지 ‘진성반음양인’ 그리고 ‘외성기 조직의 수용체 이상’ 같은 어휘는 평소에 접하기 힘든 것들이다. 한국어에 한자가 많이 사용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이런 단어들로 몇 페이지에 걸쳐 설명을 하고 있으면……. 게다가 황당한 것은 갑자기 한자어들의 향연 중간에 ‘페니스’라는 영어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건 뭐지?’ 하고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고 말았다. 차라리 한자어 옆에 괄호를 하고 한자를 썼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실록의 사건들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시대상 연관시켜 해석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런 부분은 참으로 좋았다.


  다만 몇몇 장에서 사용된 용어들이 너무 어려워서, 읽기에 불편함을 주었다. 역시 ‘과학은 어려워’ 라는 인상을 주기 쉬웠다. 물론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줄줄 나오는 책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림이나 사진이 재미있고 칼라로 되어 있다고 해도 말이다. 음, 이건 어쩌면 내가 요즘 중학생들의 독서 수준을 너무 모르는 것일지도. 아니면 내 주위 중학생들의 수준이 평균 이하이거나.


  어찌 되었건 시도는 신선했다. 접하기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역사에 연관시켜서, 자연스레 과거에도 관심을 갖게 하고, 과학에도 호기심을 느끼게 하니까. 어려운 용어야 나중에 커서 읽으면 이해할 수 있을 테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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