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제 - 절대 클릭 금지
감독 - 김태경
출연 - 박보영, 주원, 강별, 이맑음
올해의 첫 한국 공포 영화였다. 그런데 솔직히 대놓고 말해서 영 아니올시다였다. 작년에 본 세 개는 괜찮았는데……. 나는 보지 않았지만, 또 다른 작품 하나를 보고 온 애인님의 표현을 빌면 ‘올해는 작년만 못하다.’였다.
어차피 판타지니까, 소설이나 영화를 접할 때 현실성보다는 개연성을 찾는 편이다. 아무리 귀신이나 악령 내지는 괴물이 나타나 사람을 슥삭슥삭 닥치는 대로 죽이는 영화라도 어느 정도 개연성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없으면 망작이 되는 것이고, 있으면 평작 내지는 대작이 되는 것이다.
소재는 상당히 시사적이고 시기적절했다. 요즘도 논란이 되는 인터넷 악성 댓글이라든지 무분별한 제 3자 동영상 촬영 공개 및 악마의 편집으로 인한 인터넷 마녀 사냥.
악성 댓글은 나도 받아봤지만, 참으로 사람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든다. 얼굴을 마주하고도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참으로 저렴하고 비속어가 섞인 말이었다. 그 댓글을 단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안 봐도 천박하고 가정교육을 엉망으로 받은, 자연스레 그런 사람을 자식으로 둔 부모님들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난 한 두 개만 받아도 속상한데, 그걸 매일 수백 수천 개씩 받는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그것도 내 잘못이 아닌, 타인이 악의적으로 날 모함하려고 올린 글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말이다. 익명이라는 것이 무슨 비아그라나 스테로이드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지, 인터넷의 선 뒤에 숨어서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 작품은 영화 ‘피어 닷 컴’이나 ‘링’ 그리고 제목이 당장은 생각 안 나지만 조회수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 영화들보다 더 우리 실정에 맞아떨어지긴 한다. 악성 댓글이나 아프리카 별창이라 욕먹는 몇몇 사람들 등등. 그런 점에서는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뭔가 많이 빠진 느낌이 들었다.
우선은 고3이라는 동생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언니의 외모덕분에 믿음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그렇게 귀여운 목소리로 동생을 혼낸다면 먹힐 리가……. 내 동생은 내가 지킨다는 대사에서는 그냥 웃음이 나왔다. 비장감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언니의 남자친구는 왜 사이버수사대에서 일하면서 마음대로 영상자료를 빼오는지. 아무리 대학생 아르바이트라지만,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도 못하나? 거기서 개연성이 팍 떨어졌다. 물론 그런 행동을 하기 위한 타당성을 주려고 이것저것 앞에 뭔가 나열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유를 위한 이유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애초에 언니를 스토킹하는 존재의 정체는 뭐였는지. 동생을 괴롭히기 전에 언니에게 접근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인지. 그런데 지금까지는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만 죽이다가, 갑자기 이번에만 언니에게 먼저 다가갔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고. 그렇다면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인데 명확히 나오지도 않고.
사람을 죽이는 그 존재도 처음에는 관련자만 괴롭히는 것 같더니만, 나중에는 영상을 본 사람까지로 범위가 확장되고. 얘기가 오락가락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잘 정리를 못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반전이랄 것도 없고, 그냥 모든 것은 예측대로. 그냥 완전히 병맛으로 가거나,스토리가 기발하거나 ,그냥 무조건 죽이고 보는 영화는 없을까? 괜히 어중간하게 만들어서 이도저도 아니게 하지 말고 말이다. 차라리 그게 낫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