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의 침입자 - 할인행사
필립 카우프만 감독, 도날드 서덜랜드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원제 -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원작 - 잭 피니의 ‘The Body Snatchers’

  감독 - 필립 카우프먼

  출연 - 도날드 서덜랜드, 브룩 아담스, 제프 골드블룸, 베로니카 카트라이트


 

  원작 소설은 흥미진진하게 읽다가 결말에서 아쉬움을 느꼈었다. 그러다 이 책이 영화화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하지만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중에 재미나게 본 것은 ‘반지의 제왕’밖에 없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은근히 평이 좋았다. 특히 이번 작품이 말이다.


 

  영화의 배경은 도시. 그렇기에 남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고 삭막하고 단절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아는 가족이 변했다고 의심을 하지만,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그런 절박함을 더 보여주고 있다. 그런 말을 하면 당장에 미쳤냐고 병원에 가보라고 권유할 테니 말이다.


 

  비와 함께 도시에 떨어진 작은 정체모를 것들이 서서히 커지는 모습은, 저 당시에 어떻게 촬영했을까하는 의문을 들게 했다. 78년도에 설마 이런 CG가 있었다니! 놀랄 뿐이다.


 

  영화는 원작 소설보다 더 섬뜩하다. 아마 내가 소리에 민감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게다가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장면들이 영상으로 눈앞에 펼쳐지니까, 더 끔직했다.


 

  이 작품의 외계 침입자들은 다른 외계인 영화처럼 막 광선을 쏘아서 건물을 부수지도 않았고, 인간을 식량으로 여기거나 원료로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냥 향이 좋고 예쁜 꽃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꽃병이나 유리컵에 담아놓으면 보기에 좋고, 화단에 심으면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괜찮은 식물이었다.


 

  그런데 그게 훨씬 더 무서웠다. 


 문득 영화 ‘나이트 메어’가 떠올랐다. 그 영화나 이 영화나 잠을 못 자게 하는 건 마찬가지. 그렇지만 그 영화의 프레디는 엘름 스트리트에 사는 꼬마들만 괴롭히니까, 내가 미국에만 가지 않으면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외계 침입자들은 어떻게 피할 수가 없다. 지구는 우주에 떠 있는 별이니 당연히 많은 외계 포자들이 왔다 갔다 할 것이고, 비는 지구에 골고루 내리니 말이다. 식물이 피지 않는 곳이나 비가 아주 적게 오는 지방이 그나마 안전할까? 하지만 그런 곳에서 인간이 생존하는 건…….


 

  ‘내가 네 엄마로 보이니?’라는 오래된 귀신 이야기가 있다. 그걸 듣고 ‘내 엄마가 분명한데 겉만 똑같고 속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면?’하고 상상을 해본 적이 있었다. 이 영화는 그 확장팩이라고 볼 수 있다.


 

  개성이 철철 넘치는 내 가족들이 다 똑같은 말을 하고,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행동을 한다면? 으아, 상상만 해도 재미없다. 밥이 안 넘어갈 것이다. 가족 모임에 가기 싫어질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다양한 사람들의 각각 다른 개성과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영화를 보면서 새삼 깨달았다. 나와 다르다고 남을 배척하거나 싫어하면 안 될 것이다. 그 사람의 존재 자체가 고마운 일이니 말이다. 그런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내 삶이 풍요로워지는 길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아무리 양보해도 성범죄자들의 다양성까지는 존중해주고 싶지 않다. 그런 것들은 그냥……이하 생략.


 

 

  아,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눈물이 났다. 이런 절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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