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이 들썩들썩 귀신이 곡할 노릇 세바퀴 저학년 책읽기 10
정혜원 지음, 김지민 그림 / 파란자전거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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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정혜원

  그림 - 김지민

 

  고백하자면, 표지를 보고는 한국 귀신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검은 옷에 갓을 쓴 얼굴이 초록색인 저승사자에 하얀 소복에 긴 머리 휘날리는 처녀 귀신 그리고 거꾸로 매달려 있는 귀신 등등. 한여름에 더위를 식히기에 제격이라는 생각에 조카에게 골라주었다.

 

  그런데 웬걸. 이 책은 그냥 무더위를 쫓기 위한 그렇고 그런 귀신 이야기가 아니었다. 두 명의 아버지와 그들의 두 아들을 통해서 진정한 효란 무엇인지, 사람은 겉으로만 봐서 모른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물론 귀신들의 도움도 컸다.

 

  혼자 떡을 먹다가 죽은 갑수 아비, 구두쇠로 유명하다. 조상님께 드릴 제사상에 음식 차리는 것도 아까워 돈으로 올려놓을 정도이다. 그러니 아들인 갑수도 자연스레 보고 배울 수밖에. 그는 자기가 남긴 재산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저승으로 가지 못한다.

 

  반면에 가난하지만 착한 을수 아비. 비록 을수가 지능이 모자라지만, 사랑을 듬뿍 줘서 키웠다. 그래서 자기가 죽은 후, 혼자 남은 아들이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스러워서 저승사자를 따라가지 못한다.

 

  갑수는 아버지가 숨겨둔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착한 아들인척하면서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속으로는 제사상에 올리는 밥의 쌀 한 톨도 아까워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동네 사람들은 진짜 효자라면서, 효자문을 내려달라고 사또에게 건의한다.

 

  을수는 땅에 아버지를 묻으면 외롭고 춥고 쓸쓸할까봐, 몰래 멋진 집을 지어놓고 매일 공양한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마을 사람들은 을수가 모자라서 아버지 시체를 갖다 버린 줄 알고 오해를 한다.

 

  결국 참다못한 저승사자를 필두로, 귀신들이 갑수에게는 벌을 주고 을수에게는 복을 주기로 한다. 동시에 아둔한 마을 사람들에게 진실도 알려주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였을까? 이야기나 영화에 나오는 귀신들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며 저주만 내리는 대상이 된 것은.

 

  내가 어릴 적에 읽은 한국의 귀신들은 그러지 않았다. 착한 사람에게는 복을 주고, 악한 사람에게는 벌을 내리는 존재였다.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애들이 읽는 괴담 집에는 그런 귀신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냥 사람을 저주하고 죽이고 친구끼리 괴롭히는 귀신들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정했지만 엄격했던 어린 시절의 우리 귀신을 보는 기분이 들어서 반가웠다. 갑자기 죽은 갑수 아비와 을수 아비. 그리고 동네에 떠돌아다니는 많은 토속적인 귀신들과 저승사자. 이들은 인간을 무조건 괴롭히는 게 아니라, 진짜 효자와 가짜 효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을 깨우치기 위해 자신들의 능력을 사용했다.

 

  그래, 이게 바로 우리네 귀신이다. 다정다감하지만 옳고 그름을 아는 이 땅의 우리가 죽어 된 귀신이니, 당연히 정이 많고 의리가 있는 게 당연한 이치다.

 

  이런 생각을 하니, 그냥 여름에만 반짝 읽고 마는 흔한 귀신 이야기로 생각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어쩌면 나도 책에 나오는 마을 사람들처럼, 사물을 겉으로만 판단하는 경향이 있나보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데, 조카가 내 행동을 따라하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방법은 좋은 책을 많이 읽히는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이 책은 목록에 들어가 있고 말이다.

 

  이 책의 그림 역시 너무도 멋졌다. 중간에 보면서 웃음이 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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