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싱
브래드 앤더슨 감독, 존 레귀자모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 - Vanishing on 7th Street

  감독 - 브래드 앤더슨

  출연 - 헤이든 크리스텐슨, 탠디 뉴튼, 존 레귀자모, 테일러 그루두이스


  이걸 애인님과 언제 봤더라. 기억이 안 난다. 하여간 예전에 봤는데, 이제야 감상문을 올리게 되었다. 원제만 보고는 실종 사건을 다룬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포스터를 보고는 ‘이건 뭘까’ 고민을 했었고. 영화를 보고나서야, ‘아!’하고 이해를 했다.


  영화는 무시무시하다. 아주 잠깐 불이 꺼졌을 뿐인데, 사람들이 사라진다. 옷만 남겨두고. 덕분에 하늘을 날던 비행기는 땅으로 추락하고, 모든 도시 시스템은 정지하고 만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지 아무도 모른다. 남아 있는 사람이 있어야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고 그럴 텐데, 어둠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는 남은 이가 거의 없었다.


  대낮에 에스컬레이터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어둠의 기운이 나오는 장면은 오싹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빛을 피해 움직이는 것이 기괴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그림자로만 존재하는 인간들. 그들이 내뻗는 손이 무시무시하게 보였다. 그림자란 원래 본체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혼자 잘도 돌아다닌다. 갑자기 피터 팬이 떠올랐다. 비누칠을 하거나 바느질을 해야 할 텐데, 사람이 없다.


  겨우 살아남은 몇몇의 사람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빛이 없으면 사라진다는 것만 알 뿐.


  하지만 알다시피, 전기라는 것이 발전소에서 공급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기계를 움직일 사람이 없으면 공급은 끊기게 된다. 마트에 있는 건전지로 버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갑작스런 구원자가 등장하지 않으면, 이 영화는 비극적 결말이 될 것이 뻔했다. 그만큼 어둠은 막강했으니까.


  영화는 왜 어둠이 이런 짓을 했는지, 어떻게 그들이 생명체처럼 움직이는지, 사라진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해결책은 뭔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인간 멸종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줄 뿐이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을 안타깝고 안쓰럽고 동시에 헛된 희망의 썩은 동아줄 하나를 잡아보는 심정으로 보았다.


  아, 진짜 이런 결말은 싫다고 외치고 싶었다. 현실이 암울한데, 영화라도 상큼발랄하고 희망을 줘야하는 게 아닐까? 물론 전기가 없어지는 상황에 약간의 공포를 가미해서, 에너지 절약을 하자는 의미로 만들었다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전기 아껴 써야겠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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